[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올해 기업들은 기업공개(IPO)를 단행할 주식시장으로 미국 보다는 중국을 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의 통계를 인용해 상하이, 선전, 홍콩에서 올해 기업들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총 73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지배적인 IPO 시장 지위에 상하이와 선전 주식시장이 힘을 보태면서 중화권 IPO 규모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두 배를 넘어섰다.
홍콩은 3년 연속 세계 최대 IPO 시장이라는 영예를 거머쥐었다. 홍콩의 올해 IPO 시장 규모는 309억달러로 뉴욕(307억달러), 런던(180억달러)을 제쳤다.
올해 중화권 주식시장은 홍콩 항셍지수가 20%, 상하이종합지수가 23% 떨어지면서 글로벌 주식시장 가운데 가장 나쁜 성적을 냈다. 반면 미국 스탠더드 앤 푸어스(S&P)500지수가 1%도 채 안 떨어졌다.
FT는 중화권 주식시장이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진 '최악'의 상황에서도 미국 보다 앞선 IPO 시장 규모를 자랑한 것은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의 활동이 서쪽(미국, 유럽 등)에서 동쪽(아시아)로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중화권 국가들이 IPO 시장에서 조달한 730억달러는 지난해 조달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IPO 조달 금액이 불과 6% 감소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시장이 얼마나 많이 부진했음을 드러냈다.
특히 유럽 부채위기 확산으로 홍콩 주식시장은 올해 프라다, 글렌코어, 샘소나이트 등 '대어(大魚)'급 글로벌 기업들의 IPO 가 끝난 이후 최근 내세울만한 큼직한 IPO가 실종된 상황이다.
세계 최대 귀금속 체인 저우타푸는 지난 9일 폭락장 속에서도 IPO를 추진했지만 당초 예상했던 28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20억달러조달에 만족해야 했다.
'IPO 글로벌가이드(IPO: A Global Guide)'의 저자 필립 에스피나스는 "홍콩에서 IPO 거래가 여전히 활발하지 못하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IPO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어 내년에는 밀린 IPO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바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한 기업들이 미국 보다 중국을 택하면서 올해 얼마나 많이 홍콩 IPO 시장을 장악했느냐에 따라 증권사들의 희비도 교차했다. 홍콩 IPO시장의 30%를 장악하는데 성공한 중국 투자은행들은 웃는 한 해를 보낸 반면 골드만삭스 처럼 아시아 보다는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에 초점을 맞춘 미국과 유럽 투자은행들은 쓴 맛을 봐야만 했다. 홍콩 IPO시장에서 투자은행들의 IPO 주관 업무 수수료는 평균 2.2% 수준이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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