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국 뉴욕주식시장 주요 지수가 28일(현지시간) 일제 하락 마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대차대조표 발표로 유럽 부채위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진 것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연말을 맞아 전반적으로 거래가 뜸해진 가운데 호재가 될 경제지표도 없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1.14%(139.94포인트) 하락한 1만2151.41을 기록했다. S&P 500지수는 1.25%(15.79포인트) 내린 1249.64를, 나스닥지수는 1.34%(35.22포인트) 떨어진 2589.98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등 원자재가격 약세로 알코아와 셰브론이 각가 1.6% 이상 떨어졌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3.4% 내리는 등 금융주도 부진했다.
티머시 그리스키 솔리리스그룹 최고투자책임자(CFO)는 “ECB의 대출프로그램이 경제 전반에 별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럽이 침체에 빠지기 직전 상황이기에 은행들이 쉽사리 자금을 풀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ECB 대차대조표에 놀라.. 伊 국채발행 “약발 없어” = 이날 이탈리아는 90억유로 규모의 6개월 만기 단기국채를 크게 낮아진 수익률로 발행에 성공해 이탈리아 정부의 자금조달에 청신호를 켰지만 결과적으로 증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발행수익률은 3.251%로 지난달 25일 6.504%에서 크게 떨어졌으며 응찰률도 1.7배로 11월 1.47배에 비해 높았다. 함께 입찰한 2013년 만기 제로쿠폰본드는 당초 조달 목표인 25억유로에 못 미치는 17억3300만유로 분을 발행했으나 지난달 25일 발행수익률 7.814%에서 크게 떨어진 4.853%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긴축안이 지난 22일 의회의 최종승인을 얻으면서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이탈리아·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고 유럽 증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규모가 지난주 역대 최대 규모인 2조7300억유로(3조5500억달러)로 늘어났다는 소식에 주가는 상승분을 반납하고 약세로 돌아섰다.
ECB가 유럽권 은행에 3년만기 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한 가운데 유럽 은행들의 재정상황에 대한 우려가 새삼 부각됐다. ECB가 23일까지 유로존 은행들에 대출한 총액은 8790억 유로로 2140억유로 더 늘어났고 이에 따라 ECB 대차대조표는 한주간 2390억 유로가 늘었으며 3개월 전에 비해 5530억유로 더 늘었다. 유럽증시가 상승분을 반납하고 약세로 돌아섰고 유로화는 올해 들어 달러대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 유가도 하락.. “이란 위협 식상해” = 국제유가는 하락 마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진 가운데 최근 상승세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 등은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내년 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1.98달러) 떨어진 배럴당 99.36달러에 마감됐고 런던 국제거래소(ICE) 북해산 브렌트유 2월물 가격은 1.6%(1.73달러) 내린 배럴당 107.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란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이란과 서방 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이란 해군 사령관이 “필요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얼마든지 나설 수 있다”고 위협했고 바레인의 미해군 5함대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응수해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유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 수 차례 상황이 반복되면서 시장에 식상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AP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이란 석유 제재로 국제시장에 이란산 원유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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