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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中企대출 '담보'에 목매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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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경제연구소, 시중은행 여신담당 600명 설문
"돈되는지 평가 어렵고, 부실 땐 징계 겁나"
신용대출 꺼리는 풍토 만연,,면책규정 강화 시급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중소기업 대출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이 털어놓은 푸념이다. 지난 11월 21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1박2일 중기투어' 행사장에서 그는 김 위원장이 약속한 '정상여신 면책특권'이 업계에 녹아드는데 한계가 있을 밖에 없다며 반신반의했다.  


올해 정부의 친 서민정책 일환으로 상당수 국내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담보대출 위주로 실적을 늘렸는데, 내년부터 신용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고 하니 여신담당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IBK경제연구소가 국내 은행 여신담당 실무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실태조사'를 보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때 담보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여신담당자들이 중소기업 신용대출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 사업성 평가가 어렵다는 응답이 61.5%로 가장 많았다. 여신이 부실화됐을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응답이 59.3%로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부장은 "신용대출을 실시할 때 사업성 평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분야가 많다보니 심정적으로는 유망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추후 문제되는 일이 없도록 담보를 요구하게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상적으로 심사해 대출해도 나중에 부실발생 등 문제가 생길 경우 인사 상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응답자 45.9%가 규정을 준수해 여신을 취급한 이후 부실발생으로 인한 징계가 있다고 지적했고, 내부와 별도로 외부 감독기관의 징계가 있었다는 응답도 36.6%에 달했다.  


경직된 대출 관행을 뜯어고치기 위해 금융당국이 면책특권 명문화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부실 여신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다른 여러가지 방법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금융회사 경영자들에게 제재를 취할 수 있는 부분이 강화되는 등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경직된 대출문화는 기업신용정보 활용도 조사에서도 엿보인다. 실제로 중소기업 여신 취급 때 기업신용정보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73.1%가 단순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하다고 응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평가회사가 최우수 등급을 판정한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3개월 이내 개인 신용카드 연체 사실이 확인돼 대출이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며 "기업 미래가치에 기반한 자금지원체계가 보다 면밀하게 갖춰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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