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가계부채만이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국내경기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내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분기 금융, 지주회사를 제외한 제조업과 비제조업계 1522개 주요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전분기 97.4%에서 102.1%로 높아졌다. 2009년 3분기 10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업체 비중은 전분기말 59.4%에서 58.4%로 축소된 반면 500% 초과 업체 비중은 3.2%에서 3.9%로 확대됐다. 차입금의존도도 24.8%에서 26.3%로 상승했다. 이는 2004년 2분기 26.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안정성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업들의 현금흐름을 보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유입이 감소한 가운데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은 전년동기와 같은 수준을 보여 재무활동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수입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은 40.5%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포인트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내는 기업이 4개중 1개꼴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비율이 0% 미만이면 영업손실로 인해 이자를 전혀 갚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3분기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은 전분기 432.0%에서 400.1%로 하락했다. 이중 0% 미만인 기업 비중은 25.8%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8.7%에 그쳤지만 올해 1분기 들어 20.9%, 2분기 21.5% 등으로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제대로 감당하기 힘든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 비중도 지난분기 35.5%로 전분기(30.2%)보다 확대됐다.
손원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 과장은 "3분기 들어 대외 여건이 더욱 나빠지면서 상장기업들의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이 모두 둔화됐다"며 "환율이 전분기보다 100원 정도 오른 점도 기업들의 외화부채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분석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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