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와 상장회사의 임원 보수 공시 방식을 '총액 기준'에서 '개별 기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사별로 임원 모두에게 지급하는 보수의 총액만 공시하게 돼 있는 제도를 고쳐 임원 각 개인의 보수를 공시하게 하는 방안이다. 금융위는 이 방안의 타당성 여부를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보수의 개인별 공시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그런 방향의 공시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임원별 보수 총액만이 아니라 고정보수는 얼마이고 성과보수는 얼마냐, 현금은 얼마이고 주식이나 스톡옵션은 얼마냐, 판공비와 같은 부대수입은 얼마냐 하는 식으로 보수의 지급형태별 구성 내역까지 자세히 공시하게 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취지는 임원 보수와 기업의 리스크 부담 간 연관성이 분명히 드러나게 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의 투자판단 합리화를 촉진하는 데 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부터 개인별 임원 보수 공시 방안에 관한 논의가 시민사회단체와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재계의 반대와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막혀 제도화가 지연돼 왔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을 제출한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여야 정당 모두 이 방안의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재벌 총수의 영향력이 어느 나라보다 큰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도 이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평가된다.
그동안의 내력에 비추면 금융위가 실무 단계라고는 하나 이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큰 변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더 이상 세계적인 추세를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듯하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재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를 의식한 때문으로 추측된다. 금융위의 어느 중간 간부는 심지어 '그 입법은 정치권에서 할 일'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할 당사자인 금융위가 이래서는 안 된다. 금융위는 수면 위에 올려 검토 작업을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입법 과정도 주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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