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윙>(The West Wing)
a. 미국 백악관 서관(西館)을 지칭하는 용어. 대통령 집무실과 보좌관들의 사무실, 접객실, 상황실, 정례기자회견실 등이 있는 미국 정치의 중추.
b. 미국 NBC에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총 7시즌이 방송된 드라마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TV 드라마 시리즈상’을 수상한 작품. 웨스트 윙을 배경으로 민주당 출신 대통령 제드 바틀렛(마틴 쉰)과 수석보좌관 리오 맥게리(존 스펜서), 부수석보좌관 조쉬 라이먼(브래들리 위트포드), 공보국장 토비 지글러(리차드 쉬프), 공보부 부국장 샘 시본(로브 로), 백악관 대변인 CJ 크렉(앨리슨 제니), 대통령 수행비서 찰리 영(듈 힐) 등 대통령 보좌관과 백악관 직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정치 드라마.
c.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웨스트 윙> 시즌6과 시즌7에서 차기 대통령이 되는 히스패닉 계 의원 매튜 산토스와 당시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의 유사성으로 화제가 됨.
d.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아하고 즐겨 보았던 것으로 알려진 드라마.
연관어: 아론 소킨(Aaron Benjamin Sorkin)
a.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을 수상한 미국의 각본가이자 프로듀서. 1961년 6월 9일 생. 1980년대 배우로 활동하다 극작에 재능을 보여 각본가로 전향.
b. <웨스트 윙> 시즌1부터 시즌 4까지 담당한 각본가. <웨스트 윙>에서 함께 작업한 브래들리 휘트포드가 주연을 맡은 NBC 드라마 <스튜디오 60>(Studio 60 on the Sunset Strip)의 각본도 담당.
c. 현재 개봉 중인 영화 <머니 볼>의 각본가. 이 외에도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년)의 각본과 기획, 영화 <대통령의 연인>(1995년)의 각본, 영화 <어 퓨 굿 맨>(1992년)의 각본과 원작 등을 담당.
‘우리는 가장 어두울 때 곧 새벽이 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한 축의 이름은 아마도 ‘아이러니’인지도 모르겠다. 미국 드라마 역사에 강렬한 인장을 남긴 드라마 <웨스트 윙>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웨스트 윙>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자 뉴햄프셔 주지사 출신의 제드 바틀렛이 가상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박학다식하고, 사려 깊고, 가족과 동료를 신뢰하며, 무엇보다 국민 특히 소수자를 사랑하는 ‘인본주의자’ 대통령과 그의 인품에 반해 고연봉과 보장된 미래 대신 초인적인 격무에 시달리는 ‘웨스트 윙’으로 모여든 보좌관들이 ‘정치’라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에 진심을 다해 매달리는 이야기다. 그런데 <웨스트 윙>이 방영되고 인기를 끈 2000년대 초반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민주당이 권력에서 배제된 ‘부시 정부’의 시대였다. 때로 희망은 현실의 아득함을 이겨내기 위해 소환된다. 각본가 아론 소킨과 제작 자문을 맡은 클린턴 정부의 공보국장이었던 조지 스테파노포로스,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디디 마이어 등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웨스트 윙>을 통해 클린턴 정부에 대한 향수는 물론 그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정부와 리더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상(理想)’은 <웨스트 윙>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다. <웨스트 윙>은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종교와 인종, 총기자유, 교육 및 복지, 중동과 북한, 9.11과 테러리즘 등 미국과 세계를 둘러 싼 현실 정치의 다양한 사안들을 탁월하게 그려내 ‘미국식 민주주의의 교본’이라 불린다. 동시에 <웨스트 윙>은 지독한 ‘판타지 드라마’다. 치명적인 병력이나 알코올 중독 경력을 숨기거나 불같은 성격으로 실수를 저지르는 등 약점을 지녔지만 이에 우선하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신념을 바탕으로 미국과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이야기라니. 웬만큼 순진하지 않고서야 현실에서 기대할 수 없는 판타지다. 그래서 ‘아이러니’의 황무지 위에 피는 ‘이상’이라는 이름의 꽃을 통해 정치와 민주주의와 리더쉽을 묻고, 꿈꾸고, 좌절하고, 다시 희망하는 사람들을 그린 <웨스트 윙>은 완벽해서 살아 있는 동안 만날 수 없는, 가슴 벅찬 동시에 쓴웃음이 나오는 이상형과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좋아했던, 고인이 된 한 정치인은 “나의 실패가 여러분의 실패는 아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갈 길을 가야 한다.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즌7의 최종회에서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바틀렛 대통령에게 부인이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묻자, 그는 “Tomorrow”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종종 현실에 짓눌려 상상할 힘과 희망을 품을 마음을 잃는다. ‘가장 어두운’ 지금이야말로, 이 명백한 판타지를 보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내일’을 꿈꿀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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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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