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이 본 2012년 中 경제 시나리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가파른 경제성장 둔화 없이 물가를 잡고 집값을 안정시켜야 했던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올해가 힘든 한 해로 기억되겠지만, 불행이도 중국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힘들 것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6일 중국 경제전문가들에게 2012년 경제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던진 결과 경제성장률이 뚜렷한 둔화 흐름을 탈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들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중국 경제전문가들이 진단한 내년도 중국 경제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다.
◆중국 경제, 경착륙(hard landing) 할까?=세계은행 중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아도 한슨은 유럽연합(EU)의 부채 위기가 확산되고, 미국의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더 많이 둔화될 경우 중국도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이러한 가능성은 매우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9.1%와 8.4%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5.3%와 4.1%로 제시했다. 물가상승률이 많이 낮아진 만큼 머지않아 중국 정부가 긴축 통화정책을 멈추고 고삐를 느슨하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할 만 하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통계국 경제예측센터의 판젠청 부주임은 경제성장률의 둔화가 중국 정부의 고의적인 조정 때문이어서 내년에 경착륙과 만날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했다. 판 부주임은 중국 경제를 이끄는 '삼두마차' 가운데 수출은 내년 성장 둔화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투자와 소비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은?=중국 국가통계국 셩라이윈 대변인은 주춤해진 식료품 가격 상승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최근 두 달 연속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에는 임금상승과 에너지 비용 지출 증가로 또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펼 경우 원자재 가격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또한 중국의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국제금융공사의 펑원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도 점진적으로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내년 3%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고, 이러한 물가에 대한 부담 완화는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8% 위로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긴축 고삐를 느슨하게 할 여지를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붕괴에 관하여=왕하이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대외경제연구실장은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부동산개발업자들의 '파산'으로 이해할 경우 내년 일부 지역에서 시장 붕괴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뛰거나 투기 붐이 조성된 지역에서 시장 붕괴는 더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부동산 시장과 경제 전반의 장기적인,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왕타오 UBS증권 중국 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시장이 붕괴 상황까지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나타난 부동산 시장의 어두운 분위기는 정부의 시장 과열 억제 정책들 때문이고, 1년 넘게 계속된 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이 꽤 잘 버텨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도 계속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규제할 경우 주택 부문은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도 시장 전체가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은?=웨이젠궈 전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유럽 부채위기 확산이 중국 수출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으며, 2012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기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내년 무역수지 적자를 확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유럽 각국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공조하고 있지만 웨이 부부장은 여전히 유럽 문제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갖고 있어 수출 증가율이 급격하게 둔화될 경우 무역적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중국 상무부 소속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훠젠궈 원장은 내년 뿐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무역적자를 확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20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비록 전년 동기대비 수출 증가율은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미국과 유럽의 중국산 제품 수요가 갑자기 가파르게 줄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를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는게 훠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중국산 제품들이 선진국 뿐 아니라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등 다른 지역으로 골고루 확산되고 있는 것과 중국 내수 경제 성장 둔화로 수입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적자가 나타날 확률은 적다고 진단했다.
◆위안화 국제화 어느정도 진전 보일까=션젠광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가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국제 무역, 투자 부문에서 중국의 역할 강화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션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국제화가 중국 내수 수요를 끌어올려 수출 의존형 경제 모델을 수정하고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는 데에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이핑 바클레이즈 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보유하는 데에는 힘을 발휘했지만, 여전히 외국인들은 위안화를 주요 지불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위안화를 이용한 투자 채널이 매우 제한적이고 해외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보유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 하나 뿐 이어서 만약 위안화 절상이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 할 경우 위안화 국제화 속도는 가파르게 느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안화 절상? 절하?=왕타오 UBS증권 중국 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수출 경제의 힘이 약해져 위안화 절상에 부담이 오겠지만, 내년에도 '완만한' 속도의 절상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 사회와의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위안화 절상을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내년까지 절상률은 3~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말까지 위안화 환율은 1달러당 6.25위안선까지 절상되고 내년 말까지는 6위안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좡지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에서 빠르게 발을 뺄 것이라는데 주목했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돈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안화 절상 추세는 한 풀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내년까지 무역수지 흑자폭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절상 폭은 제한될 것이고, 무역수지 적자 상태가 나타날 경우 위안화 평가절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