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LG그룹이 파격 인사를 통해 향후 사업 전개와 최고경영자(CEO) 육성의 방향성을 드러냈다. 안정된 조직에는 젊은 CEO를 투입해 혁신을 추구하고 성과가 검증된 CEO에게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해 사업구조 재편의 기틀로 삼겠다는 의도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부사장 급의 젊은 피들이 대거 CEO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LGD) CEO, 이웅범 LG이노텍 CEO, 변영삼 LG실트론 CEO 모두 부사장이다. CEO는 아니지만 신문범 부사장이 수장을 맡게 된 LG전자 HA사업본부 역시 전임 본부장을 사장 급이 맡을 만큼 비중 있는 자리다.
이는 이들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조직 쇄신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특히 그 방향성은 기술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미 선두권에 올라선 사업인 만큼 경쟁에서 앞설 차별화된 능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바뀐 전자 계열사의 CEO 세 명 모두가 이공계 출신을 기술 전문가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한 부사장은 세라믹공학과 출신으로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까지 핵심 IT영역에서 30년 이상 몸담은 IT통이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변 부사장은 LG전자의 주요 사업을 두루 거치고 LG이노텍에서 부품소재사업을 총괄하던 인물이다. 이 부사장은 금속공학 전공자로 반도체 분야에 오랫동안 재직했다.
반면 그간 사업을 안정화 키며 역량이 검증된 베테랑들이 대거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았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권영수 사장이 대표적이다. 권 사장은 LGD CEO에서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차전지 사업은 LG그룹의 핵심 미래 사업으로 가장 성장 여지가 큰 영역이다. 구 회장도 인사 후 이례적으로 권 사장에게 2"차 전지를 LCD 처럼 1등으로 키워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는 권 사장의 그간의 성과를 인정함과 동시에 향후 사업 전개 방향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 2차전지를 포함한 에너지 사업이 별도로 분리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장 급의 다른 인사 사례 역시 새로운 영역의 기틀을 다지라는 의도가 강하다. LG전자가 제품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설한 최고운영책임자(COO)에는 김종식 LGD 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신설된 LGD의 초대 COO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LGD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LG전자의 COO가 신설된 중책인 만큼 김 사장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LG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사업의 본질적이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라며 "부사장급 CEO 배치는 성과 검증이 동력이 돼 능력을 극대화 시킬 것이고, 미래 핵심 사업과 전략 사업에 검증된 경영진을 배치한 것은 조직 안정성과 성장성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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