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9100억 원 예산 지원이 흐지부지될 때는 가만히 있더니 골프장 하나에 너무 흥분하는 것 아니냐?"
인천시의 굴업도 골프장 불허 방침에 발끈해 "경기도로 편입하겠다"고 나선 조윤길 옹진군수에 대해 주변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 특히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한나라당 소속인 조 군수가 정치적인 '쇼'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조 군수는 자신의 관할인 서해5도 주민들의 최대 이해가 걸린 서해5도 특별법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을 때는 '복지부동'이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태가 터지자 지난 6월 서해5도 특별 지원법을 제정하면서 2020년까지 78개 사업에 9100억 원을 투입하는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을 마련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법 시행의 실질적인 첫 해인 내년 예산에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포격의 여파로 벽에 금이 가고 천정에 비가 줄줄 새는 연평도의 주택을 고쳐주기 위해 신청한 노후주택 개량사업의 예산이 160억원에서 28억원으로 대폭 깎았다.
서해5도 주민들의 가장 큰 염원 중의 하나인 대형여객선 도입 지원 예산(200억원) 및 운임 지원 예산(년 32억원)은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 도서민들의 생활필수품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해상 운송비(연20억원) 지원도 빠졌다. 이밖에 해양복합관광단지 거점 조성(12억원), 노후어선 장비 개량사업(30억원) 등 12건 82억9000만원의 예산이 미반영됐다.
이러자 인천시는 정부의 서해5도지원사업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오죽하면 송영길 인천시장이 나서 "사업 시작 단계에서부터 정부의 예산 지원이 미흡한 현실을 볼 때 계획대로 추진될 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가 특별히 지원해주겠다며 특별법을 만들어 놓고 타 지역과 형평성을 거론하며 예산을 깎는 것은 법 제정 취지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할 정도다.
이런 와중에서도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조 군수는 기자회견 한 번 하지 않았었다. 9000억원 대의 어마어마한 예산 지원 계획이 시행 첫 해부터 흔들리는데도 불구하고 '복지부동'이었다.
이랬던 조 군수는 그러나 인천시의 굴업도 골프장 불허 방침 발표에 반발해 느닷없이 "경기도로 가겠다"고 나섰다.
굴업도 골프장은 환경 피해뿐만 아니라 다른 논란도 많은 사업이다. 만들어 지면 천혜의 보물섬 굴업도가 재벌급 정도는 되어야 출입할 수 있는 폐쇄된 그들만의 섬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부자들 사이에서도 요트 등을 활용한 해양 관광ㆍ레저의 저변이 넓지 못해 굴업도 골프 리조트의 사업성이 떨어지며, 이로 인해 해당 재벌 그룹 회장 일가의 전용 골프장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의문된다. 200명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된다지만, 노령화된 섬 주민들은 취직하기 힘들고 기껏해야 자녀들이 취직하겠지만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리조트에 인근 섬에서 재배한 농산물ㆍ생선을 파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객관적인 상황을 볼 때 조 군수의 경기도 편입 추진은 의도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는 한때 자신이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인천시에 대해서도 비난을 서슴지 않아 후배 공무원들로부터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행정기관의 수장으로서 행정의 안정성을 해칠 뿐더러 스스로 '자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경기도 편입'을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앞장서서 외치는 것에 대해 안팎에서 우려가 높다. 이제라도 조 군수는 과도한 흥분과 정치적 쇼보다는 서해5도를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한 지 점검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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