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관계자 "중국 정부 요청 거절 어려워" 사실상 도입 결정 시사
29일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 정부로부터 기아차의 중국 전용 브랜드 생산 요청을 받았다"며 "내부에서 생산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정부 요청을 마냥 미루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전용 브랜드 도입을 결정했음을 시사했다.
업계는 기아차가 중국 합작사인 둥펑위에다기아를 통해 중국 전용 브랜드를 조만간 출범시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자동차 전문지 차이나카타임즈도 "둥펑위에다기아가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이르면 연내 중국 전용 브랜드 연구 개발센터를 착공해 2015년께 완공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1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11 광저우 모터쇼'에서 중국 합작 파터너사인 베이징기차(BAIC)와 함께 중국 전용 브랜드 '쇼우왕(首望)'을 발표했다. 쇼우왕은 내년 완공되는 연산 40만대 규모의 현대차 베이징 3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현지 진출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꾸준히 전용 브랜드 도입을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선진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등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용 브랜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현대차에 앞서 미국 GM과 일본 혼다는 각각 중국 합작법인을 통해 '바오준'과 '리니안'이라는 전용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가 가세하면 현대차그룹은 전용 브랜드 경쟁에서 한발 앞설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차가 최근 1, 2 공장을 운영하는 옌청시에 3공장 설립을 확정지은 것도 전용 브랜드 도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3공장 허가를 내주는 대신 기아차는 전용 브랜드 도입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양측이 윈윈하는 합의점을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연산 30만대 규모의 3공장이 2014년 완공되면 기아차는 1ㆍ2공장(43만대)을 합쳐 총 74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일각에서는 전용 브랜드 도입으로 기술 유출을 우려하고 있지만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전용 브랜드 도입으로 중국 내 저가 차량 수요를 확대하는 한편 현대ㆍ기아차가 고급 브랜드 전략을 구축해간다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한국과 중국간 기술 격차는 3~4년 정도로 이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대기아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전용 브랜드로 저가 시장을 공략한다면 중국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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