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동안 대남 비난과 위협을 자제해오던 북한이 24일 돌연 '청와대 불바다'를 언급해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이날 우리 군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1주년을 맞아 23일 실시한 서해 훈련에 대해 "대규모 전쟁연습 소동을 벌이는 길에 들어섰다"고 비난했다.
이어 "만일 또다시 우리의 존엄을 함부로 건드리고 우리의 신성한 영공, 영해, 영토에 단 한발의 총포탄이라도 떨어진다면 연평도의 그 불바다가 청와대의 불바다로, 청와대의 불바다가 역적패당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불바다로 타버리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불바다 발언은 지난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북한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처음이다.
이후 지난해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 확성기를 DMZ 일대에 설치하자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의 군사적 타격은 비례적 원칙에 따른 1대 1 대응이 아니라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언급한 것은 청와대 불바다다. 대북전문가들은 청와대를 직접 언급함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변환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했다.
북측은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지난 9월 취임 이후 두 달여 동안 이른바 대북 유연화 조치를 취하며 대화재개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직접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번 위협이 당장 군사적 도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만일 또다시 (중략) 단 한발의 총포탄이라도 떨어진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여 당장 군사적 도발을 예고하기보다는 말로 위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측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청와대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은 수준의 위협을 했다"면서도 "당장 군사적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협에 조건이 붙어 있고, 내년 강성대국 진입 선포를 목전에 둔 데다 대외 정세를 봐도 불장난을 해서 이로울 게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북미대화나 6자회담 재개 등에 별 진전이 없으면 북측이 긴장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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