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근 의원 한미FTA 합의처리 단식농성…MB 국회방문이 분수령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14일 오전 6시30분, 단식농성 이틀째인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가부좌를 틀고 신문을 읽고 있었다. '한미 FTA 합의비준과 국회법 개정을 위한 단식'이라는 글귀가 그의 머리위에 붙어 있었다. 정 의원은 전날밤 보좌관과 함께 침낭 안에서 잠을 청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단시간에 끝날 싸움이었으면 시작도 안 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결의서에서 "저의 단식은 여야가 한미 FTA의 정상적 비준과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에 합의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가 분수령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대표들을 만난다. 국회의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설득하겠다는 것. 이 대통령의 방문에도 불구, 쟁점인 ISD(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에 관한 진전된 논의는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측은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한미 FTA에 대해 대통령이 (미국에) 새로운 제안을 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며 외교 관례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여야 일각에서 기대하는 '선물보따리'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의 국회방문이 여론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11일 국회 방문이 무산되면서 좋지 않은 모양새를 연출하긴 했지만 손해 볼 것은 없다는 분위기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오는 것 자체로 정부가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참에 분위기를 몰아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협상파인 황 원내대표 대신 강경파인 홍준표 대표가 원내지휘권을 이양 받을 수 있다는 설도 돈다. 민주당은 여전히 "대통령이 새로운 안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버티고 있지만, 야당과의 만남이 무산돼도 이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황 원내대표는 "민주당 쪽에서 손학규 대표가 걸림돌이니 (원내지휘권을 이양할 수 있다는)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일 뿐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단식농성중인 정 의원과 뜻을 같이하는 여야 의원들도 강행처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한나라당내 '국회 바로 세우기' 모임은 정 의원의 단식농성장에서 회의를 열고 야당측 협상파와도 접촉하는 등 세를 불려나가기로 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이 국회에 와도 단기적인 국면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국회까지 찾아갔는데 여당이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커지고 있어 무엇인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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