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어제 SK그룹 계열사 및 의혹 관련 그룹 관계자 자택 등 10여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이로써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됐던 SK그룹 수사가 단숨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SK그룹 및 최태원 회장 등의 선물투자 자금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지난 8월에 시작됐다. 그러나 그 이전의 내사 단계에서부터 소문과 의혹이 시중에 파다했다. 의혹의 내용은 상식선을 넘어섰다. 국내 3위의 재벌 그룹이 도마에 오른 데다 오너 회장 일가의 연루설, 무속인의 중간 개입에 국세청 고위간부 출신의 로비설까지 보태졌다.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한때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압수수색은 수사의 급진전을 뜻한다고 하겠다. 검찰도 "이제 때가 됐다"고 말해 사건의 '출구'가 가까워졌음을 시사했다. 수사의 초점은 최 회장이 선물투자 등에 회사돈을 썼느냐 여부다. 최 회장은 선물옵션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가 1000억원 넘게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얼개는 복잡하다. SK그룹 상무 출신이면서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준홍씨의 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SK그룹 18개 계열사가 2800억원을 투자한 게 시발점이다. 검찰은 투자금 중 상당액이 돈 세탁 과정을 거쳐 김씨의 차명 계좌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돈을 SK 계열사들이 단기간에 채워놓은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회사돈이 오너의 개인적 투자금으로 쓰인 것은 아닌가,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의 규명이 수사 포인트다. 하지만 최 회장을 둘러싼 의혹의 실체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룹 측은 "최 회장의 선물투자는 개인자금으로 이뤄져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아니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연루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는 엄정하고 투명하되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 법을 넘어서 재벌 그룹의 오너십, 기업주의 도덕성은 물론 기업윤리 문제까지 얽힌 사건이다. 대기업이 오너 회장의 사금고가 됐다면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반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빠른 의혹 해소를 통해 최 회장 일가와 기업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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