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5%를 기록, 5 개월만에 6% 밑으로 떨어졌다. 치솟던 물가상승률이 한풀 꺾이면서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긴축' 통화정책을 미세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10월 CPI 상승률 5.5%=중국 국가통계국은 9일 중국의 10월 CPI 상승률이 5.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전문가들의 예상치 5.5%에 부합했다.
CPI 상승률은 6월 6.4%, 7월 6.5%, 8월 6.2%, 9월 6.1%로 넉 달 연속 6%를 웃돌았지만 9월 5.5%를 기록하며 5개월만에 6% 밑으로 떨어졌다.
식품류 물가 상승률이 11.9%를 기록해 전월 상승률 13.4%에서 크게 낮아졌다. 비식품류 물가 상승률도 2.7%로 9월 2.9%에서 0.2%포인트 떨어졌다.
9월 도시지역 CPI 상승률은 5.4%, 농촌지역 CPI 상승률은 5.9%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0월 5%를 기록해 이 역시 9월 기록 6.5%와 전문가들의 예상치 5.8%를 밑돌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9일 통제하고 있던 석유가격을 1년만에 처음으로 인하해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줬다. 휘발유와 디젤유 공급 가격이 각각 3.5%, 3.9% 낮아져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와 중국석화(시노펙)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디젤유 소비자 가격은 1ℓ 당 가격이 각각 0.22위안, 0.66위안씩 내려갔다.
◆中 정부 물가 부담 덜고 성장촉진 기회 얻어=유럽 부채 문제로 세계 경제가 성장 둔화의 늪에 빠져 있고 중국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에, 물가상승률이 6%대에서 5%대로 내려온 것은 정부의 정책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를 낳게 한다.
BOA-메릴린치의 루팅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한 풀 꺾였다"면서 "통화정책의 미세조정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물가 안정을 여전히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성장을 촉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소재 싱예은행의 루정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율은 갈수록 더 낮아질 것"이라면서 "이것은 중국 정책 결정자들이 일부 산업 분야에 성장 촉진을 위한 긴축 완화 정책을 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높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기준금리 인하 같은 공격적인 긴축 통화정책 완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를 4%로 정해놨다.
중국 정부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10월 이후 5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은행권 지급준비율을 9번이나 올렸다. 대형 상업은행 기준 지급준비율을 사상 최고 수준인 21.5%로 올려놓는 바람에 은행들은 국유기업 중심으로 대출을 해주고 중소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대출을 꺼렸다.
일본 미즈호증권과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 중국 중앙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확대하기 위해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지급준비율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정책 방향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산업 전반에 걸쳐 그동안 추진했던 긴축 정책이 점점 완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5년 안에 소매판매 총액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내수촉진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상무부가 주도하고 10여 개 유관부처가 함께 참여한 '국가급' 첫 내수 시장 활성화 계획이다.
'국내무역 제 12차 5개년 규획' 초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소비재 판매 총액을 2010년 15조7000억위안에서 2015년 30조위안으로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생산재 판매 총액도 2010년 37조위안에서 2015년 70조위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자상거래 교역 규모는 2010년 4조5000억위안에서 2015년 12조위안으로 늘리고, 온라인을 통한 소매판매 규모는 2010년 5131억위안에서 2015년 2조위안으로 4배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내수촉진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그동안 중국경제에서 내수 소비가 투자와 수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외부 경제 환경이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성장의 균형을 찾기 위해 내수촉진에 나서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中 성장 촉진 필요한 이유=중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9.1%를 기록했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1분기 9.7%, 2분기 9.5%, 3분기 9.1%로 점점 낮아졌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긴축 통화정책을 펴면서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억제하고 세계 경제가 성장 둔화 우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 9%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황궈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의 성장 둔화로 수출 의존도가 큰 중국 경제도 타격을 받고 있으며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중국의 성장률이 9%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도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9%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제시했던 9.3%에서 9%로 낮추고 2012년 전망치를 종전 9%에서 8.3%로 내려 잡았다. 글로벌 경제 성장이 가파르게 하락할 경우 내년 1분기 성장률이 7.7%대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내년 성장률을 9%에서 8.7%로 하향 조정했고 도이체방크도 내년도 전망치를 8.6%에서 8.3%로 내렸다. 골드만삭스도 내년도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9.2%에서 8.6%로 하향 조정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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