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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銀, 과징금 190억 낼뻔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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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신용공여 절차상 착오로 판단…미수금에 대해서만 300만원 물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금융위원회는 최근 SC제일은행에 기관주의와 함께 과징금 300만원을 물렸다. 계열사인 SC증권에 콜론 등 약 1900억원어치 신용공여를 해주면서 담보를 잡지 않았다는 이유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같은 금융지주 소속 자회사에 신용공여를 할 때는 신용공여액의 150% 이내에서 적정한 담보를 확보하게 돼 있다. 이를 어기면 금융위는 신용공여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따라서 SC제일은행은 19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낼 수도 있었는데 금융당국은 달랑 300만원만 물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SC제일은행이 SC증권에 네 차례에 걸쳐 빌려준 금액은 총 1901억1329만660원. 이 중 1900억원이 반일물 콜론이고 나머지는 미수금이다. 증권사 등 금융기관 간에 단기차입금인 콜론은 대부분 1~2일짜리 초단기로 거래된다. SC제일은행이 SC증권에 빌려준 콜론은 이보다 더 짧은 반일짜리였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과징금을 물려야 할지를 놓고 고심했다. 단기간에 거래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담보를 잡고 빌려주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최종 판단이었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신용공여시 담보를 잡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에도 부합한다고 봤다. 자회사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경우나 감독규정에서 정한 예외조항에 대해서는 신용공여시 담보를 잡지 않아도 된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는 '당일 자금상환을 조건으로 제공한 통상적인 수준 이내의 당좌대출'을 예외조항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SC제일은행이 SC증권에 빌려준 반일물 콜론을 이 당좌대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외조항에 해당한다면 제재 자체가 면제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SC제일은행이 또 다른 금융지주회사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콜거래는 반드시 별도의 자금중개회사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SC제일은행은 SC증권에 직접 돈을 빌려줬다. 자금중개회사를 거칠 경우 따로 담보를 잡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이번 SC제일은행의 신용공여가 절차상 착오에 따른 것이고 향후 재발 우려가 거의 없다고 봤다.


결국 금융당국은 SC제일은행에 기관주의를 주고 미수금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산정해 300만원을 부과했다. 해당 직원 2명에게도 주의 조치를 취했다. 감독규정상 기관주의 제재는 금융감독원장 재량으로 내릴 수 있으나 과징금 부과는 금융위를 통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 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형식적인 논리에서는 정해진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관주의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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