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던컨(Jack Duncan)·마이크 턴불(Mike Turnbull)
한국조선 세계1위 도약 초창기 공로자
정부·현대중공업, 훈장 수여 위해 수소문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그들은 한국 조선산업이 첫 발을 내딛는데 기여했다. 한국인은 그들을 기억하고 있고, 그 공로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어 하지만, 아직까지 두 사람을 찾지 못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 언론인 헤럴드 스코틀랜드는 최근 한국이 두 명의 스코틀랜드인 조선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며, 그 사연을 보도했다.
주인공은 잭 던컨(Jack Duncan)과 마이크 턴불(Mike Turnbull). 이들은 1970년대 초창기,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조선소를 건설해 처음으로 초대형 선박을 건조했을 당시 수십여명의 '외국인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에 와서 노하우를 전수한 인물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현대중공업이 한국이 조선산업에서 세계 1위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 이들 외국인 전문가들에게 감사의 보답을 하고자 이들을 수소문하고 있으나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1970년대 이전 한국 조선소가 건조한 최대 크기의 선박은 대한조선소에서 만든 1만7000t급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26만t급이라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선박을 짓겠다고 하니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격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울산 조선소에 모인 6000여명의 직원들은 '조선'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어해 하던 '초짜'들이었다. 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영국과 덴마크, 일본 등에서 의장, 선각, 전장 및 생산계획 분야의 기술자들을 초빙했고, 이들 외국인 기술자들은 말도 안 통하는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가르쳤다.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 기술자들중 상당수가 회사 표창 및 정부포상ㆍ훈장을 받았으나 잭과 마이크는 이러한 수혜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40년간 현대중공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일일이 이들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과 유나이티드아랍시핑(UASC) 등 두 사람이 근무한 회사에서도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1970년대는 개인용 컴퓨터(PC)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기록을 종이에 남겼는데 그 분량이 너무 방대해 단기간에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스코틀랜드 사람이지만 가족은 맨체스터에서 살았던 추정되는 잭은 한국에서 5~6년간 근무했으며, 이 기간 동안 약 30척의 선박 건조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그가 1987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 해줄 어떤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가 작성한 직무기술서에는 '선박 건조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건조된 선박을 운전하는 업무'도 담당 했다고 적혀있다.
마이크에 대한 기록은 이나마도 찾아볼 수 없으며 잭과 마찬가지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현대중공업은 "두 사람, 또는 그들의 가족을 찾는다면 한국 정부는 그들에게 국가가 수훈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인 특별공로훈장을 수훈할 예정"이라며 "한국은 전 세계 조선산업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들중 하나이며, 이는 잭과 마이크의 도움 덕분에 이뤄낼 수 있었다. 내년이면 현대중공업이 창립 40주년을 맞는데, 이들을 꼭 찾아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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