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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불씨, 정부가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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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사립대학' 등록금 감사 결과 발표, 예산 부풀리기 및 각종 비리혐의 적발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3일 오전 결과발표로 일단락된 감사원의 대학 등록금 감사는 '대학들이 주식회사처럼 돈 벌 생각만 하지 말고 혜택을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쟁에 나서려면 돈을 많이 쌓아두어야 한다"는 대학들의 항변은 그 돈을 가지고 대학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앞에서 힘을 잃게 됐다. 잠시 사그라졌던 '반값등록금' 논의에 대학들이 스스로 불을 지핀 셈이 된 것이다.

◆"대학은 주식회사가 아니다"… 감사원의 메시지 =
이번 감사의 가장 큰 의미는 감사원이 '공익법인인 대학은 영리목적의 주식회사처럼 운영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학들은 자의적인 예산 편성으로 학교마다 매년 평균 187억원의 예ㆍ결산 차액을 등록금으로 충당해 온 것으로 드러났고, 교비에서 부담하지 않아야 할 학교시설 건설비를 교비로 부담한 사실 등이 적발됐다. 기부금 등 교비로 들어와야 할 수입은 다른 곳에 쓰이고 법인과 산학협력단이 부담해야 할 경비 등은 교비에서 쓰는 식이었다. 온갖 상업적ㆍ영리적 셈법이 들통나 버린 것이다.

결국 감사원은 교육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구현해야 할 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선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대학의 잘못된 등록금 책정 관행과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교과부에 통보해 내년도 등록금 정책에 반영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교육발전 위해선 돈 모아야 한다"… 대학들 반발 =
대학들은 감사 과정부터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대학교육이 발전하려면 투자가 필요한 게 당연하고, 돈 없이 어떻게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감사원의 감사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등록금을 낮추라고 한다면 물론 낮출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르는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적립금은 미래를 위한 대학들의 저축"이라며 "적립금이 없는 대학은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장학금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전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정부의 지나친 관여가 사립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달라"며 건의문을 채택했고, 다음날 연세대는 감사원의 사립대 감사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돈을 쌓아두니 문제가 생기지 않나"… 결국 드러난 비리
= 하지만 대학들의 항변이 무색하게 이번 감사에서는 많은 대학들의 부정 비리가 적발됐다. '이렇게 되면 결국 곪아버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적인 무기가 정부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번에 감사를 받은 113개 대학 중 50개 대학에서 임직원의 횡령이나 배임으로 학교에 손해가 난 사례가 적발됐고, 재단 이사장 일가가 3개 학교법인을 운영하면서 교비 160억원을 횡령해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대학 이사장 일가는 행정당국의 허가 없이 교육시설에 노인요양시설을 만들어 수익금 32억원을 가로챘고, 일부 대학에선 총장 주도로 시설공정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수십억원의 특혜를 줬다.


이밖에 신입생 부당 선발과 무자격 교원 채용, 대학 재산 무단 처분, 구조조정 이행실적 허위 보고 등의 비위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횡령ㆍ배임 등 비위 행위자 94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나머지 160여명에 대해 교과부 등에서 고발하거나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할 계획이다.

◆"더 계산 말고 '반값등록금'으로"… 다시 불붙는 등록금 문제
= 이번 감사결과의 후폭풍은 결국 '반값등록금' 논의로 귀결될 전망이다. 명목등록금 5% 인하를 목표로 내건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의 압박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벌써부터 '눈치싸움'을 시작한 동시에 '반값등록금' 논의가 재점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등록금을 반토막내기보다는 장학금을 확충하거나 경영 효율화의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출혈을 최소화해보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일단 주요 대학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펴보고 가이드라인이 잡히면 거기에 맞춰서 구체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로 최대한 잡음을 줄여보려는 대학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전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대학 스스로 예산을 편성ㆍ집행할 때 급하지 않은 지출을 삼가고, 각 대학의 사정에 맞는 경영효율화와 장학규모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대의 경우,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 연간 100억원 가량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학들의 이런 노력은 자칫 '꼼수'로 비춰질 공산이 크다. 경영효율화와 장학금 규모 확대는 감사원의 감사에 따라 취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일 뿐더러 이번 감사의 궁극적인 목적이 대학들의 배불리기를 막고 교육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최대한 큰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취해야할 조치로 생색내기만 했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대학등록금을 인하할지 계속 버티며 장학금 확대를 도모할 지 이제 공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대학으로 넘어갔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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