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그리스가 예상치 못한 '국민투표' 카드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증시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최근 단단한 맷집을 보여줬던 코스피 역시 3일 미국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 역시 변동성 장세를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4일(현지시각) G20 정상회담과 4일 그리스 총리 의회 신임투표 결과 등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출렁임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은 투표 철회, 최악은 구제안 부결"=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그리스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국민투표 철회'다. 4일 그리스 사회당의 재신임은 통과된 상태에서 스스로 철회하거나 의회의 반대로 국민투표가 무산되는 경우다.
이 경우 이번 이벤트가 해프닝에 그치고, 불확실성이 빨리 제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는 평가다. 유럽 합의안이 다시 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코스피 역시 직전고점(1960)을 향해가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번째는 여당이 재신임을 받고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구제금융안이 승인되는 경우다. 이 경우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는 시점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로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겠지만, 투표 이후에는 그리스 구제안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코스피는 다음달 4일로 예정된 국민투표 때까지 조정에 무게를 둔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세 번째 내각이 재신임 얻는데 실패하고 총사퇴에 까지 이르게 되면 경우에 따라 조기 채무불이행(디폴트)까지 점쳐질 수 있다. 국민투표는 물 건너가겠지만 리더십의 부재 속에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재현된다면 코스피 역시 최근 상하단을 높이며 레벨업을 시도하던 박스권 하단(1750)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는 국민투표 결과 구제안이 부결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리스의 무질서한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주변국가로의 연쇄 충격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코스피 역시 '8월의 악몽' 이상을 생각해야할지 모른다.
◆"최악은 아닐 것"..잡음은 불가피=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리스가 결국 첫번째 혹은 두번째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유로존 대내외적으로 그리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된 데다 곧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안전장치들이 마련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여당 내에서도 국민투표 반대 기류가 높아 스스로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리스 국민들 역시 국민소득 면에서 유로존 잔류가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가든 당분간 '잡음'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긍정적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해도 경기둔화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고, 국민투표 전까지 유럽 은행들의 자금난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따라서 순간순간 빠른 시장 상황 판단을 위해 유로 달러 베이시스 스와프, 리보 OIS 스프레드, 그리스·이탈리아 국채금리 등을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그리스 사태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증시 변동성도 크기를 달리 할 것"이라며 "예상되는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투자심리의 변화를 수시로 체크하며 탄력적인 매매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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