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신용평가사 등급·전망치 하향 조정.."재무 건전성 타격 입을라"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LG전자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게 신용등급 또는 전망치에 대한 하향 조정을 받으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은 큰 영향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 될 경우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LG전자가 받고 있는 글로벌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 등급에서 가장 낮은 단계에 가까운 수준이다. 피치는 지난 1일 LG전자의 장기 신용등급은 BBB를 유지하지만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무디스가 신용등급 Baa2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지난해 11월 전망치를 내린 S&P는 지난달 14일 LG전자의 신용 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3개 신평사가 꼽은 LG전자의 신용등급 하락 요인은 휴대폰과 액정표시장치(LCD)의 부진이다. 피치는 휴대폰과 LCD 사업이 올해 안에 개선이 힘들 것이고 선진 시장의 침체가 LG전자 제품의 수요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치는 내년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을 던졌지만 무디스는 이마저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LG전자가 반격의 카드로 제시하고 있는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과 3DTV시장 점유율 확대도 성과가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LG전자의 순현금 흐름은 마이너스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의 올해 순 현금 흐름은 1분기 -2887억원, 2분기 -280억원, 3분기 -695억원까지 총 -3862억원에 달한다. 쓰는 돈에 비해 벌어들이는 돈이 적으니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자금도 늘어났다. 지난해 말 56%였던 차입금 비율은 3분기 68%까지 확대됐고 같은 기간 부채 비율도 151%에서 173%로 증가했다. 영업부진이 재무상태 약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올해 6차례에 걸친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 사정이 녹록치 않음을 나타냈다. 지난 2009년 5700억원, 2010년 7600억원어치를 발행했지만 올해 규모는 1조1358억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연내 추가적인 회사채 발행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4분기 실적 전망이 그리 밝지 않고 투자 수요는 계속된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한 기관 투자자는 "올해 발행 규모가 너무 커 투자자들도 부담을 안고 있어 연내 추가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금 조달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 2009년 이후 LG전자의 자금 조달 창구가 국내 중심으로 전환됐고 LG전자 같은 대기업의 채권을 외면할 정도로 채권 시장의 저변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 LG전자의 신용 등급인 AA를 내릴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낙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드물었던 LG전자 회사채 물량이 시장에서 늘어나고 있고 LG디스플레이가 최근 회사채 발행에서 수요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정적인 징후도 포착된 탓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국내 시장이 경색 된다면 외국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외국투자자들은 등급 기반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기 때문에 신용등급 강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 그룹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회사채를 청산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가격이 흔들린 적도 있다"며 "최근 신용등급 하락을 빌미로 이자율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 만큼 최소한 향후 자금 조달 비용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