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임원급 핵심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 솔루션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알려진 조범구 전 시스코코리아 사장을 전무로 영입해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산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그룹을 이끌도록 했다. 20여년간 정보기술(IT)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에서 일한 실력자다.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클라우드혁신연구소'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커티스 사사키 상무도 외부에서 영입한 핵심 인재다. 사사키 상무는 애플에서 컴퓨터 개발 업무를 시작한 이후 NeXTㆍ선(Sun) 등을 거쳐 지난 2009년부터는 스마트폰 업체 리서치인모션(RIM)에서 애플리케이션 마켓 등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개발을 맡기도 했다. 소니에서 디지털 음악 분야 사업을 담당하던 조너선 킴도 지난 9월 상무급으로 영입되었다. 200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소니 엔터테인먼트 아시아에서 디지털 비즈니스 분야 부사장으로 일했다. 이전에는 모바일 커머스와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벤처 기업을 잇따라 창업해 운영해 온 전문가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전략적으로 중심을 두는 분야에서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있다.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IT 분야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업종에서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신속하게 배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사내에 마땅한 인재가 없을 경우에는 외부에서 영입할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영입한 인재가 기업에 안착해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조건하에서다.
기업은 늘 인재에 목마르다. 최고경영자들이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은 바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딱 나타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재 확보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육성하거나 영입하거나. 가장 좋은 것은 필요한 인재가 제때 공급되도록 잘 육성하는 것이다. 키운 인재는 기업의 비전과 사명을 잘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에 익숙하게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배치된 곳에서 빠르게 실력을 발휘한다. 다른 부서와의 융합도 비교적 수월하다.
하지만 영입된 인재가 성공하려면 '안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좋은 인재를 찾아 영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다. 안타깝게도 외부영입 인재의 성공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외부영입 임원의 75%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기업을 떠났다고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거액의 연봉 등 큰 보상을 제공하고 영입한 인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손해를 보게 되고 인재는 인재대로 경력 관리에 큰 흠집을 남기게 된다.
영입된 인재가 실패하는 것은 기업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지 않은 채 성급하게 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입된 인재가 안착할 수 있으려면 조직이 유연하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집단사고, 파벌, 조직정치 등이 없어야 하며 일하는 방식이 합리적이고 협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영입된 인재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GE와 같은 회사에서는 새로 부임하는 팀장과 팀원이 사전에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는 제도를 시행하는데, 같이 일한 경험이 없는 팀장과 팀원 간의 마찰비용을 상당히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외부영입 임원에 대해서만이라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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