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제2의 개항→농성 투쟁을"
홍준표 "사법주권 상실→강행처리"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4년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대하는 여야 얼굴색이 180도 바뀌었다.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이 했던 말을 한나라당이, 한나라당이 했던 말은 민주당이 하고있다. 여야 모두 국익은 뒷전이고,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기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에서 퇴임한 이후인 2007년 4월 FTA 협상이 타결되자 성명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 비준절차를 마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직을 맡은 뒤 지난달 FTA 저지 결의에서 "미국에서 비준했다고 우리 국회에서 강행처리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2006년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그는 "한미 FTA가 완성되면 향후 50년간 한미관계를 지탱해줄 기둥이 (한미 군사동맹에 이어) 두 번째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트위터를 통해 "11월 3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날 국회주변 2.4km를 국민여러분이 둘러싸야 막을 수 있다. 국민여러분이 저희를 도와달라"며 한미 FTA 저지를 읍소하다시피했다.
"비준안 저지를 막기위한 무기한 농성, 물리적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김진표 원내대표는 "한미 FTA는 '제2의 개항'이라 불릴 정도로 대대적인 사건"이라 칭한 한미FTA협상결과보고서를 만든 열린우리당 한미 FTA 평가위원장이었다.
한나라당도 변신한 건 매한가지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한미FTA에 관해 사안에 따라 떨떠름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강행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2007년 5월 현재 한미 FTA의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어떻게 보면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이다. 이런 협상은 해서는 안된다"며 강력비판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한 한미FTA비준동의안에 ISD조항이 그대로 명시돼있음에도 홍 대표는 "한미 FTA로 충돌하면 여야 모두 침몰한다"며 민주당 및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ISD에 관해 "우리나라가 맺은 85개 투자무역협정 중 81개에서 이를 채택하고 있는 기본적인 조항이다. 그간 우리 정부가 단 한 건도 제소당한 적이 없다"며 ISD에 관한 우려를 기우라 강조했다. 홍 대표의 4년 전 발언이 완전히 무색해진 셈이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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