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증가+기업투자 활발..고용시장 부진은 변수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우려를 크게 낮췄다. 글로벌 경제가 미국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라는 2개의 덫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27일(현지시간) 글로벌 증시는 폭등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률 기준 2.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2.4%보다 높았지만 다우존스 예상치 2.7%에는 미달했다. 어쨋든 2분기 1.3%에 비해서는 크게 높아지면서 더블딥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줬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3분기 미 경제성장을 이끈 것으로 확인됐다. 3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2.4%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 1.9%를 웃돌았다. 2분기 0.7%에 비해서도 크게 높아졌고 지난해 4분기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에 5.3% 줄었던 내구재 주문은 3분기에 4.1% 증가로 돌아섰다. 3분기 저축률도 2007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4.1%를 기록해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3분기 기업 투자도 활발해 1년만에 가장 큰폭인 16.3% 증가를 기록했다. 3분기 기업 재고는 54억달러를 기록해 2분기 391억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월가는 1분기 0.4%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상승하면서 미국 경제가 일단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코메리카의 로버트 다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상반기에 매우 약했지만 이후 일부 모멘텀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도 나왔다. 9%를 웃도는 높은 실업률과 노동자 임금 상승이 이뤄지지 않는 등 고용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은 변수로 지적됐다.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직전주 대비 4000건 줄었지만 여전히 40만건이라는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금융위기의 뿌리였던 주택시장도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다이는 "고용과 주택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성장률은 여전히 낮고 완만한 편이며 계속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도 3분기 성장률에 대해 "충분히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경제가 2.5%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실업률을 9.1%에서 크게 낮춰야만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스턴 소재 컨설팅업체인 파테논 그룹의 리처드 트카서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의 의미있는 개선을 위해서는 3%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제 월가는 희망적이지만 충분하지는 않은 3분기 GDP에 대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하고 있다. FRB는 다음달 1~2일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추가 부양책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지난 26일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심리지수가 급락한 것과 관련해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실물 지표와 심리 지표가 최근 괴리를 보이고 있다며 정책 결정자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쨋든 전날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에 대한 가닥이 잡혔고 미국 경제마저 회복세를 보여준 덕분에 투자자들은 화답했다.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폭등했다.
유럽에서 독일과 프랑스 증시는 각각 5.35%, 6.28% 폭등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증시도 5.49%, 4.82% 뛰었다.
뉴욕 다우 지수가 2.86%, 나스닥 지수가 3.32%, S&P500 지수가 3.43% 급등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월간 기준으로 S&P500 지수의 상승률이 1974년 이후 가장 높다고 전했다. S&P500은 10월 들어 13.54% 뛰었다. 통신은 다우 운송지수는 19.95%나 폭등해 1939년 이후 최대폭 상승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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