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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학력파괴 바람, 학교와 기업이 변해야

시계아이콘00분 59초 소요

서울 소재 마이스터고 신입생 모집에 내신성적 우수 학생들이 대거 지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어제 발표한 2012학년도 마이스터고 합격자 현황을 보면 2개교 320명 가운데 중학 내신성적 상위 20%인 학생이 114명으로 36%를 차지했다. 수도전기공고는 200명 중 78명(39%)이,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120명 중 36명(30%)이 그렇다. 이들 학교의 내신 상위 20% 합격자 수는 2010학년도 19%, 2011학년도 26% 등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달 초에 실시된 대우조선해양의 첫 고졸 관리직 공개채용은 100명 모집에 3199명이 지원해 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학고ㆍ외국어고 등 특목고 학생이 10여명 지원했고, 일반계ㆍ실업계 고교생 중 내신 1ㆍ2등급 학생이 500여명에 이르렀다. 경남 거제에 있는 기업에 전국 847개 고교에서 지원자가 몰렸다.

학벌주의 사회에 부는 이 같은 신선한 바람은 해당 학교와 기업의 차별화된 교육과 인사혁신 덕분이다. 마이스터고는 산업체 수요에 맞는 교육을 통해 예비 마이스터를 육성, 전원 취업시킨다.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며 지방 출신과 원거리 통학생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 전공교육은 물론 예체능ㆍ창업 동아리를 운영한다. 대우조선은 올해부터 고졸자를 뽑아 4년간 사내 양성교육을 한 뒤 대졸 사원과 같이 대우하는 신(新)인사제도를 도입했다.


대졸자를 우대하고 기술직을 하대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우리 사회에서 대학 진학 대신 실업계 고교나 기업체 입사를 선택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처럼 부는 학력파괴 바람이 자리잡으려면 졸업 이후 진로가 확보되고 사회적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 대기업과 공기업이 앞장서 의지를 갖고 인력채용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교육대학교 총장 간담회에서 "학교와 학부모, 학생이 변화하면 교육개혁이 빨리 온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이미 변하고 있다. 교육당국과 학교, 기업이 더 변해야 한다.


대우조선 고졸 채용에 지원한 주요 과목 내신이 모두 1등급인 한 인문계 학생은 지원서에 이렇게 적었다. "학력에 의해 많은 것이 좌우되는 우리 사회에서 고졸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회사를, 그리고 자신을 믿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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