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전국을 휩쓸었던 구제역이 올겨울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구제역에 감염됐다가 자연 치유돼 구제역 비구조단백질(NSP) 항체가 형성된 소ㆍ돼지 등이 발견되고, 일부 축산농가에서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혹시나 또 한 차례의 구제역 재앙이 닥치는 것은 아닌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7~9월 전국 3400여 농가의 소와 돼지 1만7000여마리를 대상으로 구제역 백신항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153곳의 농가에서 NSP 항체가 형성된 1005마리의 가축을 발견했다고 어제 밝혔다. NSP 항체가 검출됐다는 것은 항체 검출 가축의 농장 인근 토양과 공기 등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더욱이 돼지 사육농가 21곳, 소 사육농가 3곳 등 일부 축산농가에서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수시 발생국인 베트남은 물론 7월 대만, 9월 중국 등 동남아 각국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해처럼 언제든 해외여행객을 통해 구제역 바이러스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구제역이 무서운 이유는 높은 치사율에도 살처분 외에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피해 또한 상상 이상이다. 지난겨울 구제역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소 15만여마리, 돼지 333만여마리를 땅에 묻었다. 매몰 보상비, 농가 생계안정 자금 등 직접적 경제피해만도 3조원을 웃돈다. 사료산업 등 관련 산업의 피해까지 합치면 7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가축 살처분이 시장의 수급 구조를 흔들어 돼기고기값이 껑충 뛰었고 관련 음식값도 덩달아 오르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로 인한 환경피해도 언제 현실화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구제역은 한번 발생하면 전염력이 강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번진다.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농식품부는 방역조처를 강화하는 한편 오늘은 가상 훈련을 통해 초동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바람직하다. 농가도 주기적인 축사 소독, 가축 예방접종 등 스스로 방역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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