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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호실적이 더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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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많으면 '배불리기' 비판..최근 역풍에 또 악재로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실적이 좋아도 걱정, 나빠도 걱정입니다."

은행권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좋은 실적이 3분기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은행ㆍ카드 부문의 수수료 인하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높은데다 반(反)금융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을 많이 올린 것으로 나오면 "금융위기를 틈타 실적 잔치를 했다"는 비난이, 반대의 경우 "경영진이 무능하다"는 여론이 확산될 게 뻔한 상황이어서 묘수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24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은행의 올 3분기 순이익은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사가 추정한 우리ㆍKBㆍ신한ㆍ하나ㆍ기업ㆍ외환ㆍ대구ㆍ부산 등 8개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3분기 순이익 평균치는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분기보다는 다소 낮지만 양호한 수준으로, 이같은 추세가 4분기까지 이어진다면 사상 최대 순익 달성이 가능하다. 올 상반기 국내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개선 등으로 10조원의 순익을 올렸다.

실제로 지난 21일 은행권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내놓은 하나금융지주는 3분기 205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동기(8565억원)에 비해 25.4% 늘어난 수준이다. 하나금융에 이어 국내 지주사와 은행들도 이번 주부터 줄줄이 실적을 발표한다. 오는 26일 발표를 앞둔 신한지주는 높은 순이자마진(NIM)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28일로 예정된 KB금융의 순익전망치는 6000억원 수준이다. 내달 1일 발표하는 우리금융의 예상 순익은 45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밖에 내달 초 실적 발표가 이뤄지는 기업은행ㆍ외환은행ㆍBS금융지주ㆍDGB금융지주 등도 견조한 실적을 보일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3분기 호실적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때문이다. 한때 2%대 중반까지 낮아졌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이 2%대 후반으로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 하지만 사정이 그렇다 해도 은행권은 실적발표가 마냥 부담스럽기만 하다.


지난 21일 금융협의회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장들, 어깨가 무겁겠다"며 말문을 연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 자리에서 시중은행장들은 "금융권에 대한 자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권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사상 최대'라든지 '은행권 1위'라는 단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은행이 영업을 잘 해서 수익을 남기고,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면 좋아할 일인데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분간은 충당금을 많이 쌓고 이익을 적당히 줄여야하지 않을까 싶다"며 "순익을 많이 내기보다는 적당히 '묻어가는 처세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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