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직장은 이 꿈(북한의 사상을 확산시키는 것)을 이루기 위한 재정적 지원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60여 건의 북한 찬양 자료를 올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 기장 김모 씨(44)의 글이다. 김씨의 웹사이트의 자료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노작', '빨치산의 아들 등 북한체제를 동경하는 자료도 수두룩하다. 자료는 북한 당국이 발행한 일종의 원서로 국내에 있는 일반인은 입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국외선 기장인 김씨가 해외 곳곳을 다니며 인터넷 보안이 취야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북한 원전 주소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안당국이 최근 김씨가 운영한 종북 사이트나 카페, 개인 블로그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김정일과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글을 올리는 행위를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반국가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보안당국은 이런 혐의로 병무청 직원, 공무원, 변호사, 교사 회사원등 70여명을 수사중이다.
김씨가 해외에서 접속한 북한사이트는 국가 도메인 '.KP'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북한의 공식포털사이트 '내나라'에는 영문도메인 'www.naenara.com.kp'를 부여해 사용하고 있다. 북한도 이 사이트를 이용해 사이버심리전에 이용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해초 긴급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법률이 규정하는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내나라'사이트 접속차단조치를 내렸다. 내나라 홈페이지 첫 화면 상단에는 '김정일령도자의 혁명활동소식'이라는 제목아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개활동 소식을 담고 영어, 프랑스, 일본어, 아랍어 등 9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경찰청이 친북사이트로 규정한 것은 지난 2004년까지 44개에서, 2005년 52개, 2006년 64개, 2007년 73개, 2008년 82개, 2009년 92개, 지난해 10월 현재 64개다. 친북사이트 서버위치는 미국이 46개, 일본이 46개, 중국이 17개 순이다.
하지만 북한은 보안당국의 친북사이트 단속을 피해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등 스마트폰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동영상을 제공하는 유튜브는 지난해 7월 14일, 트위터는 8월 12일, 페이스북은 8월 19일 계정됐다. 현재 유튜브는 3개, 트위터는 9개, 페이스북은 1개로로 이들 모두 폐쇄된 상태다. 하지만 정보당국은 스마트폰으로 접속이 가능한 SNS에 대해서는 북한 선전물 유입차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차단할만한 국내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군은 사이버테러나 사이버전을 대비한 준비는 하고 있으나 민간인들에 대한 수사 등 관리권한이 없어 손쓸 방법이 없다"며 "북한이 군사이트 침투를 막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사이버전준비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세기 전쟁은 알탄(탄환)전쟁이며 21세기 전쟁은 정보전쟁"이라고 선언했다. 이무렵 평양 고사포사령부의 컴퓨터 명령체계와 적군 전파교란 등의 연구를 수행하던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 121소를 해킹 및 사이버전 전담부대로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 대남 사이버전은 북한군 총참모부 정찰총국 산하 110호연구소가 담당하고 있다.
국정원이 지난해 7월 디도스 사이버 테러의 배후로 지목한 이 연구소는 기존의 사이버전쟁 전담부대인 기술정찰조와 조선컴퓨터센터 등을 확대 편성한 사령탑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정부기관에 대한 사이버공격사례가 200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총 4만8000여건 있었고 지난해 한해만 920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국의 영재를 평양의 금성 1·2중학교 컴퓨터영재반에 모아 전문 해커로 양성했으며,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하는 학생에게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에 진학과 함께 부모를 평양에 살게 해주는 특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9년 2월 정찰국과 노동당 산하 작전부, 35호실 등 3개 기관을 통합해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을 탄생시키면서 사이버전 전력도 대폭 증강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 해커부대의 군부대 해킹시도 건수는 지난 2006년 2만9681건, 2007년 3만9859건, 2008년 7만9022건, 2009년 9만3720건이다. 지난해 6월까지는 4만4263건의 해킹이 시도됐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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