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금융자본의 탐욕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금융권 곳곳에서 '여론몰이식' 분위기 조성에 불만을 표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이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입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과 카드사의 부적절한 수수료 책정이 문제라는 지적의 편향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유배달을 하는데 매일 한 드럼을 사는 곳보다 한 병을 사는 곳 우유값이 비싸긴 하다. 하지만 한 병 배달은 지금도 대부분 손해인데 우유값을 한 드럼 사는 곳과 같이 하란다. 한편으로 한 드럼 사는 곳도 맨날 경쟁이다"라고 남겼다.
여기서 우유배달은 카드 신용판매 사업, 한 드럼을 사는 곳은 대형 유통매장들, 한 병을 사는 곳은 중소 가맹점들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 가맹점 카드 사업은 계속해서 적자인데 수수료율을 대형 유통매장과 동일하게 낮추라고 하란 것에 대해서 비유를 통해 꼬집은 것이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도 페이스북에 "카드 수수료 인하 발표에도 가맹점 업계의 수용도가 낮다"며 "수수료 인하 조치가 가맹점과 카드 이용자 간 이해 상충으로 확대될까 우려스럽다"는 말로 고충을 토로했다.
이날 여신금융협회도 자료를 통해 "카드사들이 업종별 수익비용분석을 통해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인데 대형마트와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같이 하자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자동현금인출기(ATM) 수수료 수입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은행권도 들썩이고 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은행 수수료 이익 비중은 해외 주요국가과 비교해 최하위권이며, 오히려 해외 선진은행 등과의 경쟁을 위해 비이자 수익기반을 오히려 강화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익명을 전제한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일정 부분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금융자본을 경악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무조건 금융권 이익을 줄여야한다는 식의 접근은 포퓰리즘에 다름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 정책방향을 탓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19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조찬간담회장에서 한 지방은행 임원은 "사회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더라도 당국이 앞장서 금융회사 수익 창출이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오전 금감원에 모인 시중은행 여신담당 실무자들도 은행들의 서민 우대 등 사회공헌 부분에 대해 당국이 제대로 부각시켜주지 않는 등 업계 관리감독에 균형을 상실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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