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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발길 줄어든 조선 기술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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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발길 줄어든 조선 기술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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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시절 지은 대단위 임직원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사는 임직원 자녀들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 어디도 아닌 전혀 새로운 사투리를 쓴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660만㎡(200만평)의 조선소에서 일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한 곳에 섞여 살다보니 벌어진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1972년 정 명예회장이 기능 인력의 부족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울산 조선소 내에 설립한 훈련원(현 기술교육원)을 시작으로 거제도와 부산, 통영 등 조선소가 있는 곳에 어김없이 기술교육원이 생겨났습니다.


이곳에서 교육을 마친 연수생들은 생산 현장으로 투입돼 자신이 맡은 일을 창의적으로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 제안 활동을 활발히 펼쳤습니다. 이런 노하우가 하나씩 쌓인 덕분에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국가의 위상을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비조선업종에도 수료생 상당수가 진출해 국가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기술교육원이라는 곳이 존재했기 때문에 한국 산업은 양과 질에 있어 최고의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업률, 청년 실업률 문제가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술교육원을 수료한 사람들의 수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야 할텐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한국조선협회가 최근 발간한 '조선자료집 2011'에는 기술교육원을 운영중인 7개 조선사의 연간 교육 수료생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이를 살펴보니 2006년 5048명이었던 수료생은 2008년 8035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09년 5137명에서 지난해에는 2558명으로 2년 만에 70% 가까이 뚝 떨어졌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해 경영난을 이유로 조선사들의 전체 직원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조선협회 소속 9개 회원사의 조선 인력수는 9만6720명으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3년여간 수주고가 급감해 올해와 내년에는 추가적으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그만큼 수료생들이 조선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줄어들 전망입니다.


일자리가 없으니 기술을 배워봤자 쓸모가 없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기술교육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기술교육원 수료생 감소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는 조선업을 넘어 제조업 전반에 걸쳐 기술인력 부족 효과를 낳을 게 분명합니다.


기술인력 양성은 제조업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들이 없으면 기업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기술인이 기술을 포기하지 않도록 범제조업 차원에서 기술교육원 수료생들을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요. 새로운 인력양성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보완ㆍ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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