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주 다우 지수는 7월 초 이후 처음으로 2주 연속 상승에 성공했다.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미국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양호하고 일자리도 크게 늘면서 뉴욕증시가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우 지수는 지난주 연저점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여전히 변동성이 커 불안한 모습이다. 아직 바닥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힘든 상황에서 이번주에는 어닝시즌이 개막된다. 민간 부문이 지난주 지표에서 나타난만큼의 희망을 보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피치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무디스는 덱시아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벨기에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주 독일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금리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아 위기가 핵심 국가로 확인되고 있음을 알렸다. 미국 기업들이 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향후 실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면 투자심리는 또 다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지난주 뉴욕 3대 지수는 모두 올랐다. 다우 지수는 1.74% 올라 2주 연속 상승했다. 나스닥과 S&P500 지수는 각각 2.65%, 2.12% 올라 3주만에 상승반전했다.
◆이익전망치 하락이 변수= 비공식적으로 어닝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미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코아가 11일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이어 12일에는 펩시코가, 13일에는 JP모건과 구글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어닝시즌 첫 주인만큼 실적 발표 기업은 많지 않지만 그 중요성은 결코 만만치 않은 기업들이다.
월가는 3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팩트셋 리서치에 따르면 7월 초만 해도 월가는 S&P500 기업의 전년동기대비 이익 증가율이 16.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12%로 낮아졌다. 2분기 이익 증가율 11.4%에 비해서는 나아진 것이지만 얼마나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 이익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당장 덱시아 파산 우려가 높아졌던 지난주 금융주에 대한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3.1%에서 1%로 대폭 하향조정됐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골드만삭스에 대한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47센트에서 23센트로 반토막났고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에 대한 전망치도 46센트에서 36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금융주와 달리 에너지와 소재 업종 이익은 크게 증가해 각각 전년동기대비 42.5%, 31.9%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알코아의 경우 지난주 도이체방크 등으로부터 투자의견을 강등당하면서 주가가 2년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번주 경제지표 중 최대 주목거리인 소매판매(14일)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예상치에 따르면 월가는 9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판매도 양호했고 일자리도 예상보다 크게 증가해 소비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낳고 있다. 10월 미시간대학교 소비심리지수(14일)도 소폭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월가 관계자들은 그동안 낙폭이 너무 컸기 때문에 기업 이익이 기대만큼 증가하고 지표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주 뉴욕증시가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스프링거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스의 케이스 스프링거 사장은 "당분간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보지만 새로운 장기적 강세장이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덱시아 해법·EFSF 확대 여부= 하지만 여전히 최대 변수는 유럽 위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들 중에서는 유럽 재정위기를 향후 실적의 중요 변수라고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리버프론트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빌 라이더는 유럽 지도자들이 유로존 부채 위기에 대한 결정적인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는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벨기에와 프랑스는 주말 이사회를 열어 다음주 증시가 개장하기 전까지 덱시아 처리 해법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지만 서로 얼마나 부실 자산을 얼마나 부담하느냐를 두고 의견 충돌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10일과 11일 몰타와 슬로바키아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는데 슬로바키아의 승인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변수다.
블룸버그 통신은 슬로바키아 집권 여당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개편안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8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베타 라디코바 슬로바키아 총리가 '자유와연대'당(SaS)은 다른 연정 정당들이 EFSF의 사용에 대한 전제조건들에 동의하지 않는 한 EFSF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유럽에 대한 신뢰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영국중앙은행(BOE)이 양적완화 재개를 발표했지만 BOE의 양적완화 재개 자체가 유로존이 재정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영국이 대응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라이더는 투자자들이 유럽의 속임수에 지쳐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계속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위기 해결을 위한 전략을 걷어찰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위기 해결 방안을 두고 서로 견해 차를 보이면서 또 다시 대응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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