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빚상환' 허덕…서민 '돈가뭄' 허덕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이지은 기자]국내 금융권의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서민경제 암초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은행권 중심의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기 침체,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물가상승 등의 악재가 더해지면서 기업 채산성 및 가계 채무상환능력 악화 현상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7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ㆍ기업대출 뿐 아니라 2금융(카드, 저축은행)ㆍ3금융권(대부업체)의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관련기사 3면)
실제로 지난 8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59%로 전월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1년간 1.0% 수준에서 크게 등락이 없었지만 올 하반기 이후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 말(1.13%) 대비로는 0.46%포인트 올랐다.
특히 8월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85%로 지난해 말 보다 0.55%포인트 높아졌고,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연체율도 0.24%포인트 올랐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합친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은 1.22%로 전월 보다 0.09%포인트, 지난해 말 보다 0.32%포인트 상승했다. 이같은 연체율 급증은 부동산 경기부진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때문으로 분석된다.
잠잠하던 카드 연체율도 꿈틀거리고 있다. 6월말 현재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은 1.74%로 지난해 말(1.68%)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채권의 연체율도 1.50%로 지난해 말(1.43%) 보다 0.08%포인트 올랐다.
무더기 영업정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저축은행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6월말 현재 대출을 받은 고객 중 30일 이상 연체자는 11.79%로 100명 중 12명이 돈을 제때 갚이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 부실은 더 심각하다. 6월 결산을 끝낸 저축은행 가운데 A저축은행의 경우 PF 대출 연체율이 56.1%에 달했으며, B저축은행과 C저축은행도 각각 46.5%, 35.4%에 달했다.
또한 상호금융기관인 신협의 총 대출 연체율도 6월말 현재 6.8%로 지난해 말(6.4%)보다 0.4%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부대업무가 신용대출인 40개 대부업체의 대학생 대출 연체율도 6월말 현재 14.9%로 지난해 말(13.8%) 보다 1.1%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무려 3.1%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전체 대부업체 연체율(7.2%)의 2배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서민대출 상품인 햇살론의 연체율도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 7월 현재 햇살론의 연체율은 4.8%로 전월(4.0%)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미소금융도 같은 기간 2.6%로 0.1% 늘었다. 새희망홀씨 대출의 경우 1.6%로 아직 낮은 편이지만 대출의 대부분이 1년 만기인 점을 감안하면 상품판매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내달(11월)부터 연체율이 급상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민가계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도 금융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당국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이 IMF외환위기 직후의 10.82%는 물론 전고점이었던 2009년 8월 1.37%에는 미치지 않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그러나 업권 전반에 걸쳐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 중소기업과 건설업종 연체율이 여전히 위험수위에 있다는 점에서 취약 부문 부실 가능성을 점검하고 연체ㆍ부실채권 정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지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광호 기자 kwang@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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