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⑫ 그는 인재를 이렇게 만든다
"세상 뒤져서라도 씨앗 찾아내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인재를 키우기 위해 정몽구 회장은 자신만의 테스트를 한다. 밥도 사고 같이 술도 마신다. 하지만 로열티가 생겨나도록 하는 방법은 다른 게 없다. 일거리를 맡겨 평가하는 것이다. 윗사람이 부하직원에게 일을 맡기고 신뢰를 주는 게 가장 큰 인재양성 방법이다."
정몽구 회장을 수십년 간 보좌한 한 측근은 정 회장의 인재론을 이 같이 설명했다. 믿는 자에게 더 많은 일거리를 맡기는 게 정 회장만의 인재육성 방법이었다.
김동진 전 부회장은 이 같은 방법으로 선택된 대표적인 인재였다. 측근들에 따르면 정 회장은 1985년 당시 부장이었던 김 전 부회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윽고 측근에게 "저 친구 어때? 잘 할 거 같은데 한번 키워봐"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대학원 등 학업을 잇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김 전 부회장은 믿음에 부합하면서 승승장구해 현대우주항공, 현대차 CEO 등 현대차그룹 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칠 수 있었다.
2004년 1월5일 현대ㆍ기아차 신년 시무식에서 정 회장은 평소 자신의 인재론을 역설했다. 그는 각 본부장들을 향해 "'미래의 중역'을 키우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장직무 및 사외교육 등 능력개발시스템을 잘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 그래야 각 본부마다 좋은 인재들이 모여들고, 결국 '인재 둥우리'가 만들어진다고 봤다.
다음해인 2005년 신년 시무식에서도 "모든 일의 주체는 '사람'"이라는 점과 함께 인재중시 경영의 기틀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인력의 중요성은 2006년에도 이어졌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이끌어 나갈 자동차산업 전문 인재의 양성이다"면서 "우리가 실시하고 있는 이공계 우수학생 연구장학생 제도를 앞으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2009년에는 "전문인력 양성을 강화해 미래의 경쟁력 확보와 성장 발전에도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인재 확보에 대한 의욕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다른 자동차 회사와 달리 전세계에서 질주를 계속하면서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전세계를 뒤져서라도 자동차 산업에 필요한 인재가 있으면 반드시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2~3년은 뜸했지만 정 회장은 2000년 현대ㆍ기아차 출범 이후 해마다 신입사원 수련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미래 인재들을 챙겼다.
2004년 8월 현대ㆍ기아차 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 특강에서 정 회장은 "기업경쟁력은 무엇보다 사람에 달려있다"는 점과 함께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21세기형 인재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 초일류 자동차회사로 성장하는데 주역이 돼 달라"고도 덧붙였다.
정 회장은 2008년 신입사원수련회 이후 더 이상 참여하지 않고 있다. 최근 참석한 2008년 수련회에서 정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책임감과 자발성, 창의적인 사고, 의욕적인 태도, 협력하고 대화하는 조직문화, 글로벌 마인드 및 전문성, 자기계발 등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올 초에는 고객과 인재를 중시하는 창의적인 글로벌 조직문화를 전 부문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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