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샷 루틴은 중압감 덜고, 리드미컬한 스윙 만들어 준다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샷 직전에 뭐하세요?"
교습가들이나 투어 선수들의 레슨에 절대 빠지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프리샷 루틴(pre-shot routine)이다. 샷을 하기 전에 취하는 일관된 과정과 행동을 말한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까닭을 알아봤다.
▲ 니클라우스 "정확히 13초"=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프리샷 루틴 시간이 1초도 차이나지 않고 항상 똑같다고 할 정도로 일정하다. 자신은 이를 "리듬과 템포를 지키기 위한 루틴이었다"고 한다. 1986년 마스터스 우승 당시 클럽에서 백을 꺼내 샷을 할 때까지 매번 정확히 13초가 걸렸다는 분석도 있다.
니클라우스는 "퍼팅을 할 때도 준비가 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퍼팅을 한 적이 없다"며 편안함을 느끼는 어드레스 루틴을 만든 뒤에 퍼팅함으로써 자신만의 리듬을 찾았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미국)도 마찬가지다. 전성기 때의 우즈는 "(내가) 좋은 샷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항상 똑같은 루틴을 하기 때문"이라며 "최상의 샷을 할 준비가 된 상태를 만든다"고 소개했다.
'유럽의 신성'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그러나 이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 눈총을 받았다. 클럽을 아래위로 흔드는 왜글(waggle)을 하는 시간이 다른 선수의 2배 이상이 걸린다. 2000년대 초 TV중계에서 왜글 수가 하도 많아 일일이 센 일화도 있다. 무려 36차례나 됐다. 최근에는 상당히 줄었지만 그대로 여전히 긴 시간을 잡아먹고 있다.
▲ 리드미컬한 스윙에 도움= 한 샷, 한 샷은 찰나의 시간에 결과가 정해진다. 모든 샷이 부담스럽다. 프리샷 루틴은 그래서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준다. 주변의 소음이나 낯선 동반자가 지켜보는 상황 등의 부담감을 해소하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골프뿐만 아니라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시합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에 루틴이 좋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아마추어골퍼도 마찬가지다. 과정은 보통 이렇다. 우선 볼 뒤에서 목표지점을 향해 방향을 잡는다. 선수들은 보통 이 순간 볼이 날아가는 궤적을 상상한다고 한다. 왜글을 2, 3차례 하거나 빈 스윙을 한다. 클럽 헤드를 목표방향과 직각이 되도록 정렬한 뒤 어드레스를 취하고 샷을 한다.
어깨와 팔, 손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에서 바로 스윙을 시작하면 당연히 리듬감이 떨어진다. 왜글을 통해 몸도 풀리고 헤드 무게도 느낄 수 있어 한결 자연스러운 백스윙을 하게 된다. 물론 근육의 긴장이 이완된 상태에서 샷을 해야 헤드 스피드도 증가해 비거리 증대에 효과가 있다. 일관된 과정이 일정한 샷을 만든다.
그렇다고 가르시아처럼 지나치면 해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마추어의 경우도 보통 10초, 길어도 20초 안에 끝내야 한다. 시간이 지체되면 복잡한 생각이 끼어들어 중압감이 더해질 수 있다. 일정한 리듬감도 잃게 된다. 선수들 역시 루틴이 길어질 때 샷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와 다른 점을 느꼈을 때는 아예 한 발 물러났다가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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