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최근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IT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창의적 개발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답답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무실과 달리 놀이터를 연상케 하는 구글의 사무실은 국내 개발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지은 국내 IT 기업의 사옥도 최적의 개발 환경을 갖추는 데 많은 공간을 할애해 눈길을 끈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새롭게 자리 잡은 안철수연구소와 분당의 NHN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4일 입주를 마친 안철수연구소의 사옥은 직원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로마의 '스페인 계단'에 착안해서 만들어졌다는 1층 로비는 노천극장을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대화를 하고 간식을 먹거나 강연, 회의도 할 수 있다.
각 층 별 계단도 소통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린샤프트'라 불리는 이 계단은 채광이 잘 되고 공간도 넓어 간단한 회의나 발표가 가능하다. 회의실은 업무 공간 중심에 배치돼 있고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서서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업무공간은 벽이 없이 넓게 트여 있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다. 10층에 위치한 안철수 이사회 의장과 김홍선 대표의 집무실도 문이 따로 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각 층 계단 옆에는 다트게임, 미니 오락기가 배치돼 있다. 3명의 전담 트레이너가 상주하는 지하 휘트니스센터에서는 직원들이 업무 중 운동하고 샤워하며 기분전환을 할 수 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비즈니스에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실제로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산업용 보안솔루션 트러스라인, 망분리 등 신사업을 발굴했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NHN의 사옥 '그린 팩토리'도 최적의 개발환경을 갖춘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NHN 사옥의 회의실도 휴식을 즐기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이동 공간인 동시에 소통 공간인 안철수연구소의 '그린 샤프트'는 NHN이 '하이브'라는 이름의 계단형 회의실에서 먼저 시도한 것이다.
NHN은 사내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60% 이상이 개발 인력으로 구성된 만큼 IT 전문서적과 디자인 관련 서적 위주로 서비스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구하기 힘든 전문 자료들을 이 도서관을 통해 손쉽게 접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무실 바닥에는 카페트 대신 나무를 깔았다. 냉난방도 천정이 아닌 바닥에서 이뤄진다. 모니터를 항상 사용해야 하는 인터넷 회사 특성상 모니터에 반사되는 빛을 막기 위한 채광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천정에 설치된 사무실 조명으로 간접 조명을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직원들의 업무 특성에 맞춰 책상 크기와 사물함 종류를 조절하고 복사, 팩스 등의 작업 공간에서 발생하는 분진을 없애기 위해 별도의 업무 공간을 만든 점도 눈에 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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