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9개월 맞은 김석동 금융위원장
위기엔 선제대응 필요성 보여줘
"큰 수술 끝났다"..금융안정 자신감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큰 수술은 끝났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부실 저축은행, 가계부채, 외화유동성 등 이른바 국내 금융시장 '3대 리스크'에 대한 응급처치 작업을 마무리했음을 공언한 것. 지난 1월 3일 금융위원회 수장 자리에 오른 지 9개월 만에 부실 차단 프로세스를 완성했다고 자신한 셈이다.
물론 걱정을 완전히 접어도 될 만큼 진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권에서는 '대책반장' 김 위원장의 속전속결식 대응이 시장 면역력을 높이는 데는 상당한 역할을 해냈다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재임 9개월은 위기 선제대응의 필요성을 관철시킨 기간으로 요약된다.
그는 지난 1월 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초강수를 뒀다. 취임 당일 부실 저축은행 현황을 보고받은 뒤 특단 대책의 필요성을 당정에 보고하고, 하루 만에 내린 조치다.
시장에서는 "과연 대책반장"이라는 평가를 내렸지만, 정치권에서는 "너무 튄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2월 부산저축은행계열 등 6곳을 추가로 영업정지시키는 과정에서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뱅크런)이 일어나자 일부 의원들은 '책임론'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부실 차단과 함께 업계 구제를 위한 조치들을 병행하며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예금보험공사 내에 저축은행 지원 특별계정을 설치하고, 업계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시점을 5년 유예해 숨통을 틔웠다. 정부 재정을 단 한푼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캠코를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을 인수토록 하는 작업도 속전속결로 진행해 암덩어리가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시켰다.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했던 저축은행에도 고강도 자구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업계와 당국이 중심이 된 태스크포스(TF)가 적기에 구성돼 상처 부위를 잘 치료했다"며 "1~2개월만 늦었어도 수 십 곳의 저축은행이 추가로 문을 닫았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와 외화유동성 부문도 김 위원장의 고독한 싸움이었다. 그는 지난 3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방침을 연기하려는 정부에 홀로 맞섰다. 여기서 물러서면 가계부채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4월과 5월 서민금융 지원과 카드사 외형확대 차단 대책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은행권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달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 보다 910억원 감소한 276조 9248억원을 기록하며 연초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2금융권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은 점은 그 같은 조치의 효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4월부터 은행권 외화유동성 보강에 대해 언급했을 때도 쓸데없는 비용을 늘린다며 정치권과 업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며 "그러나 상반기부터 커미디트라인 확보 등 외화차입선 다변화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최근 유럽위기 확산 시점에서도 곳간 걱정을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올해 말까지 (저축은행과 가계부채) 속도조절 작업과 (외화유동성) 곳간 채우기만 조금 더 하면 금융 안전망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3년 금융실명제, 1995년 부동산실명제, 1997년 IMF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05년 8·31 부동산대책 등 숱한 대란를 경험했던 그가 다시 한번 '위기대처 메뉴얼'을 완성시킬 수 있을 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태진 기자 tj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