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애플과 특허 전쟁을 벌이고 구글과의 동맹에서 균열을 보이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사용된 특허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하라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또 다른 적을 만들기보다는 우군을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사용되는 MS의 특허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MS는 삼성전자에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단말 1대당 10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했으나 삼성전자가 특허 사용료를 5달러로 낮추기 위해 MS와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MS는 지난해 4월 HTC와 안드로이드 단말 1대당 5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협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는 대가로 향후 윈도폰 개발과 마케팅에서 MS의 적극적인 협력을 받아내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단말 1대당 몇달러의 특허료를 지불하기로 했는지는 계약 비밀 사항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HTC보다 훨씬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했기 때문에 대당 특허 사용료는 HTC가 합의한 5달러보다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입을 타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만 2000만대 가량의 안드로이드폰을 판매했다. 대당 특허 사용료가 5달러가 될 경우 분기별 지급 금액은 1억달러(1170억원)에 이른다. 절반 수준인 2~3달러라고 하더라도 지난 2분기에만 4000~6000만달러(470억~700억원)가 된다. 이전에 판매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까지 전부 합치면 삼성전자가 MS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더 늘어난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출혈을 감안하면서도 MS와 합의에 이른 것은 특허 소송으로 애플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또 다른 적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S와 합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MS가 애플처럼 특허 소송을 진행할 공산이 큰데 애플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업체와 분쟁을 일으킬 경우 득이 될 게 없다"면서 "비용 측면에서도 법적 소송으로 갈 경우 나가는 돈이 MS에 지불하게 될 특허 사용료 못지 않게 크다"고 말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OS 다변화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삼성전자가 MS와의 합의에 이르게 된 요인 중 하나다.
안드로이드 OS 제공업체인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로 휴대폰 생산에까지 뛰어들게 되면서 삼성전자는 현재 상당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MS 윈도폰과 자체 OS인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를 확대하려는 멀티 OS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윈도폰 7.5 '망고'를 탑재한 '옴니아 W'를 이탈리아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후 미국, 아시아, 남미 등으로 확대 출시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굳이 애플 이외의 적을 만들 필요가 없고 멀티 OS가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삼성전자와 MS의 포괄적인 협력이 모바일 산업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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