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일본 엔화가 사상 최고 수준의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 닛산자동차는 일본 정부의 엔고(高) 대책을 거듭 요구하면서 스위스같은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존 마틴 닛산자동차 부회장은 “지금같은 엔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일본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타격을 입고 일본 제조업체의 해외 이전에 따른 ‘공동화’ 현상을 피할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는 엔고 저지를 위해 ‘단호하게’ 행동에 나서야 하며, 스위스가 스위스프랑화 강세 저지를 위해 나선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는 지난 6일 스위스프랑화의 초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프랑화 최저환율 목표치를 유로당 1.20프랑으로 설정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무제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으며 현재까지 프랑화는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편 9월 들어 달러당 77엔선 이상으로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중순부터 다시 76엔대로 떨어졌다. 26일 도쿄외환시장 마감에서 엔 환율은 달러당 76.39엔을 기록했다.
존 부회장은 일본 엔화가치가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올라갔으며 이는 단일 기업의 능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르노·닛산자동차의 수장인 카를로스 곤 회장도 지난주 규슈의 닛산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엔고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며 국내 생산 유지를 위해 환율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회장은 “엔화가 지금과 같은 기록적인 강세를 이어갈 경우 일본 자동차업계 역시 거시적 전략의 틀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엔고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앞으로 6개월 뒤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 이는 경영전략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말이 된다”고 언급했다
콜린 닷지 닛산 수석부사장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더 과감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가 추가 완화정책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금융시장에 유동성 공급 규모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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