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글로벌 금융위기가 깊어지면서 안전 통화인 달러가 급격한 강세로 전환되고 상대적으로 신흥시장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에 최근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신흥국가의 시장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6일 이같이 전하고 "그러나 신흥시장 국가들의 시장 개입이 급격한 자국 통화 약세를 막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최근 달러는 급격한 강세로 전환됐다. 지난주 달러 가치는 7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상대적으로 달러에 대해 한국 원화 가치는 지난 한 주 동안 4.7%나 하락했다. 브라질 헤알화와 터키 리라화 가치도 각각 8.6%, 3.6% 하락했다.
자국 통화가 급격히 하락하자 일부 신흥시장에서는 정부가 개입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장 막판 2분 동안 40억달러 개입을 통해 원화 가치의 하락을 방어했고 22일에는 브라질이 헤알화의 급속한 하락을 막기 위해 통화 스와프시장에서 27억5000만달러어치를 매도했다.
FT는 이와 관련 신흥시장의 통화 개입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며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적극성이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신흥시장 중앙은행은 70억달러 이상을 투입했지만 한국과 브라질의 개입 물량이 대부분이었다. 상대적으로 대만 3억달러, 인도네시아 1억9600만달러, 페루 1억8100만달러, 터키 3억달러 등 다른 신흥시장의 시장 개입 규모는 크지 않았다. 이는 지난 1992~1993년에 영국이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270억파운드를 쏟아부었던 것과 크게 비교되는 것이다.
FT는 결국 신흥시장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단지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화 전쟁을 일으킨다며 비난했던 신흥시장 국가들도 막상 자국 통화 약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FT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줄이는 식으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한 달 만에 16%나 약세를 보인 헤알화의 현재 가치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달러당 1.85헤알의 환율에 대해 해야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자국 통화 약세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신흥시장 국가들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 관계자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 인해 달러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달러 약세 없이 부양을 추진하려는 FRB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FRB의 자산을 늘리지 않으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TD증권의 리처드 길훌리 투자전략가는 "2차 양적완화 때 달러를 팔고 원자재를 사는 거래는 거꾸로 됐으며 이러한 흐름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RB가 2차 양적완화에서 입장을 선회했다며 인플레를 자극할 수 있는 달러 약세보다 장기 금리 하락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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