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수요도 충분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올해 들어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개 그룹에서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초까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기업들이 발 빠르게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고, 시중자금이 안전 자산에 쏠리면서 수요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5개 그룹의 회사채 발행액은 총 7조20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1785억원보다 1조248억원(16.6%) 증가했다. 그룹별는 LG그룹의 회사채 발행이 지난해 보다 9658억원 늘어 가장 많았고, 삼성그룹은 2357억원, 현대차그룹은 934억원이 지난해 보다 늘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각각 934억원, 1308억원 감소했다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상반기에 집중됐다"며 "유럽재정위기가 부각되기 전이라 올해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저금리 기조로 시중금리와 함께 회사채 발행금리가 낮아지자 기업들이 발행을 늘렸다는 것.
지난해 말까지 2.25%로 유지돼 온 기준금리는 올해 6월까지 세 차례 단계적으로 인상되면서 현재 3.25%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금리에 기준 역할을 하는 3년물 국고채 시장금리도 지난해 12월 2.89%에서 올해 2월 4.10%까지 상승한 후 현재 3%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LG가 올들어 8월까지 6개 계열사를 통해 발행한 회사채 1조7858억원으로 이 가운데 1조958억원은 운영 및 시설투자 자금에 사용됐다.
올해 상반기 회사채를 발행한 삼성물산은 신재생 에너지, 자원개발 투자를 위해 회사채로 3000억원의자금을 조달했고, 삼성증권은 금융위원회에서 콜머니 등 초단기 차입금 축소 방침이 내려지자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 7월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기아차는 올해 2월 운영자금 3043억원과 차환자금 2000억원을 회사채시장에서 조달했다. 기아차는 다음달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올해 현대기아차의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유럽의 재정위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우량 회사채 발행이 느는데 기여했다. 수급이 원활해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채 발행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민동원 현대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일수록 금리 하락기에도 스프레드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매매차익을 위해 채권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다"고 밝혔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