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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에 '애그플레이션'도 한풀 꺾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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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강세 '주춤'.. "가격 점차 떨어진다" 전망도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세계 곡물가격이 최근 1년간 계속 상승세를 이어온 가운데 농산물 주도 인플레이션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이 계속될 것인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1차적으로는 전세계적인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악화가 원인이지만 달러 약세로 대체 투자수요가 원자재로 몰린 것도 상승세를 부채질하는 원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른 유동성 이탈로 곡물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조짐을 보이는 등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상품트레이더 카길의 폴 콘웨이 부사장은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유럽 등 선진국부터 중국·브라질 등 신흥시장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성장세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은 부진한 경제성장세에도 악화된 작황사정과 부족한 재고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 급격히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웨이 부사장은 “전세계적으로 주요 경제 지표들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 인상요인은 더욱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옥수수 같은 경우는 심각한 재고 부족 현상에 직면해 있으며 해결되려면 적어도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인 미국은 생산 예상치를 당초 135억부셸에서 125억부셸로 하향 조정했다. 미 농무부는 “평년보다 유난히 높은 기온에 7월 강수량이 평균 이하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내년 재고율이 역대 최저 수준에 가까운 5.4%로 떨어지는 등 재고부족 현상 때문에 옥수수 출하량이 9년래 최저치로, 대두는 3년래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 농무부 발표 후 미국의 농업용 트랙터 제조사 디어앤컴퍼니, 비료 생산업체 포타쉬, 국제곡물메이저 업체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와 번지(Bunge) 등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곡물시장 리서치업체 애그리소스의 댄 바스 컨설턴트는 “옥수수의 경우 더 오랜 기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곡물가격 상승세는 주요 식품인 쇠고기·닭고기 등의 연쇄 상승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시중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적 운신의 폭을 더욱 줄이고 있다. ‘BRICS’로 불리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시장 대표 5개국의 물가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인도가 8월 9.78%에 이르고 브라질이 7.2%, 러시아 8.2%, 중국 6.2%에 이르며 남아공은 7월 5.3%를 기록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하반기 세계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인플레와 경기침체의 ‘진퇴양난’에 빠졌다.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농산물 가격은 최근 1년간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16일 마감가 기준으로 옥수수 12월인도분 선물가격은 부셸당 6.92달러로 1년동안 35.02% 올랐고 대두는 부셸당 13.555달러로 26.8% 올랐다.


면화는 16일 기준으로 1년전 대비 11.67% 오른 파운드당 109.1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10년 말 기준 파운드당 144.8센트보다는 다소 떨어진 것이지만 2009년 75.6센트, 2008년 49.0센트에 비하면 크게 치솟은 것이다.


설탕 가격은 16일 파운드당 27.54센트를 기록했다. 런던 소재 설탕거래업체 차르니코우는 세계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산 설탕 가격이 향후 2년간 85% 급등해 2030년 파운드당 평균 35센트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초 기록한 30년래 최고가 36.08센트에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모든 곡물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 개드 맥쿼리증권 곡물시장 애널리스트는 “곡물시장에서 사료용으로 옥수수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밀의 경우 다른 곡물가격의 폭등세를 그나마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밀의 경우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극심한 가뭄으로 가격이 폭등했지만 올해 수확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기준 밀 12월물 가격은 부쉘당 6.8225달러로 최근 1년간 4.86% 떨어졌다.


지난 2월 역대 최고인 238포인트까지 올랐던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의 식품가격지수는 8월 231포인트를 기록해 7월 대비 소폭 내렸다. 그러나 1년 전인 지난해 8월에 비하면 아직 26%나 높다. FAO 식품가격지수는 지난해 8월부터 180선을 돌파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뒤 올해 230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FAO는 “곡물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석유와 유제품 가격지수가 하락하면서 전체 식품가격지수의 상승폭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세계 금융시장의 주요 헤지펀드들은 원자재 가격 동향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상승세 베팅’을 줄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3일까지 한주 동안 집계된 헤지펀드·파생상품 투자자들의 18개 농산물 선물·옵션 순매수 포지션(매수계약 주문에서 매도계약 주문을 뺀 것) 계약건수는 총 121만건으로 전주대비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월 이후 첫 감소다. 특히 구리의 매수포지션이 91% 줄었지만 4주만에 처음으로 밀에 대한 매수포지션도 줄었다.


미 농무부는 12일 옥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연료와 가축용 사료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새 전망을 내놓았다. 옥수수 가격은 지난주 6% 내렸고 밀 가격은 15일 5주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곡물가격 강세가 다소 힘을 잃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11월 이후 원자재가격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헤지펀드 하베스트캐피털스트래티지스의 켈리 위스브록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현금확보를 위해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는 상황이기에 어떤 상품 품목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면서 “그리스·이탈리아 등의 유로존 부채위기가 글로벌 곡물시장에까지 한파를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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