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를 흡수통합하는 삼국통일을 이루기 위해 체계적으로 인재를 육성했다. 바로 '화랑(花郞)'이다. 될성 부른 새싹들에게 학술과 무예를 가르치는 데 매진함으로써 결국 국가의 대업을 이뤄냈다. 화랑 출신인 무열왕과 김유신은 삼국통일의 일등공신이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는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현 시대에도 삼국시대와 마찬가지로 국가간의 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선전 포고 없는 경제 전쟁이 한창이다. 무력의 힘 이상으로 경제력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시대다. 이러한 때에 화랑처럼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 갈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경기도 안산에는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있다. 기술 창업인들을 육성하는 곳이지만 군대식의 '사관학교'라는 명칭을 썼다. 이곳은 신제품을 만들기 위한 첨단 기술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할 기업인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도 가르친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술을 배우는 셈이다. 화랑도 무예만 배웠다면 역사에 큰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에 입교한 30대 초반의 청년기업가인 안성우 채널브리즈 대표. 그는 자신이 개발한 신기술을 투자자들한테 신뢰받게 만드는 방법을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배웠다. 도전정신과 끈기였다.
안 대표는 외국계 기업을 비롯해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탈들을 끈질기게 찾아갔고 그곳에서 전자상거래 시장의 문화를 바꿀 새로운 플랫폼의 성장가능성을 역설했다. 이런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결국 30억원의 자금을 투자유치하는 데 성공, 11월께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통일을 위한 출정을 마친 셈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는 안 대표와 같은 창업가들이 수없이 많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공동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는 241명이 입교했다. 심사위원들의 3단계 평가를 거쳐 5.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교한 인재들이다. 이 가운데 1차 중간평가에서 사업수행능력 미달자 17명은 퇴교됐다. 창조정신과 도전정신, 그리고 끈기가 없는 입교생들은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은 예비창업자 171명 중 136명은 이미 창업에 성공했다. 창업기업으로 입교한 53명을 제외한 수치다. 이 기업들은 총 427명의 일자리까지 창출한 상태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입교생들이 그동안 출원 및 등록한 지적재산권은 178건에 달한다. 국제발명전시회에서 6건을 수상하는 성과도 거뒀다.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신기술 및 제품들이 대거 출시될 예정이다.
기술 개발만이 아닌 화랑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청년창업가들이 우리나라를 세계 일류 경제국으로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은 보는 것 만으로도 뿌듯하다. 이들을 경제 화랑이라 불러도 괜찮을 듯 싶다.
김대섭 기자 joas1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