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3개월짜리 달러 공급 창구 개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감으로 시장에 달러가 고갈되자 유럽중앙은행(ECB),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글로벌 중앙은행이 다시 한번 시장 개입을 선언했다.
ECB, FRB, 영국 중앙은행(BOE), 일본은행(BOJ), 스위스국립은행(SNB) 등 5개 중앙은행이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은행들에 연말까지 무제한으로 달러를 공급키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이 15일(현지시간) 일제 보도했다.
ECB는 4개 중앙은행으로부터 달러를 빌려 유럽 은행들에 무제한 공급할 계획이라며 오는 10월12일, 11월9일, 12월7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유럽 은행들을 대상으로 고정 금리로 3개월짜리 달러 대출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현재 매주 7일짜리 달러 대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것에 더해 새로운 대출 창구로 개설키로 했다.
유럽 은행들은 지난 2월 이후 ECB의 7일짜리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ECB가 1개월 중 두 차례 시중 은행에 7일짜리 달러 대출을 실시했다고 밝히면서 시중 은행의 달러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음을 확인시켜준 바 있다.
중앙은행의 달러 유동성 공급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유럽 증시는 은행주를 필두로 일제히 급등했지만 채권 시장 반응은 달랐다.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로 시장이 이미 포기한 그리스의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은 되레 소폭 상승했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 대비 0.05%포인트 오른 5.41%,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도 0.01%포인트 상승한 5.60%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유동성 공급책이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응급처치만 하고 있다는 것.
포린 익스체인지 애널렙틱스의 데이비드 길모어 애널리스트는 CNBC에 출연해 "유럽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어느정도 회복했지만 더 큰 문제인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의 부실을 해결하지는 못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공급책이 이미 금융위기 당시 시행된 경우가 있어 그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붕괴된 직후 5개 중앙은행에 캐나다중앙은행까지 총 6개 중앙은행이 달러 스왑 라인을 확대해 달러 유동성 공급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오는 16일부터 이틀간 폴란드 브로츨라프에서는 유럽 재무장관들이 참석하는 유럽 경제재무장관각료이사회(ECOFIN)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참석해 유로존에 좀더 적극적인 금융위기 대책 마련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CNBC는 가이트너 장관이 미국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실시했던 '기간제 자산담보부증권 대출창구(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를 유로존에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