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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 미국, 우왕좌왕 유럽, 콧대 높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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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로 가는 세갈래 길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뭉치면 망한다. 유럽의 교훈이다. 뭉칠 때는 그럴만한 상대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구정물에 설탕을 탄다고 해서 꿀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2001년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할 때 그리스 정부의 장부를 분식 처리해 준 장본인이 골드만 삭스라는 때늦은 원망도 있지만, 역시 때가 늦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의 고민은 그리스가 혼자 망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리스의 부도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한 연쇄 부도로 이어진다. 그 부실까지 독일과 프랑스가 막아낼 재간은 없다. 자칫하면 같이 시궁창에 떨어질 판이다. 신성로마제국의 역사를 되살리며 화려하게 출발한 유럽공동체가 뿌리부터 흔들거리지만 유럽은 갈피를 못잡고 있다. 17개 회원국이 18가지의 목소리를 낸다. (독일의 연정 파트너가 메르켈 총리와 다른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했다가 30분이 못되서 파산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시계바늘이 다시 절반을 꺽기도 전에 파산 시나리오를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브릭스가 유럽 국채를 매입할거라는 보도가 실린 신문지 잉크가 채 식기도 전에 브라질 중앙은행 관계자가 “유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초를 친다.


지난 주말부터 화요일까지 내내 유럽은 보도와 오보와 루머와 반박 속에서 날을 지샜다. 보다 못한 메르켈 총리는 ‘그 입을 다물라’고 경고장을 날렸고, BNP 파리바 은행을 부도 직전이라고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대해 이 은행이 허위보도라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선진국형 언론통제다. 인터넷 루머 단속한다는 루머도 있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미국은 살판이 났다.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던 2008년의 구제금융(TARP)의 원죄를 이번에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미국식의 구제금융을 유럽 재무장관들 귀에 속삭인다. 물론 국영화는 아니다. 말이 좋아 사회화(socialization; 혹은 사회적 소유)라고 불리는, 국가는 돈만 대고 은행 투자가들만 배불리는 세금 걷어 뒷돈 대기 방식이다.


미국의 경제언론들은 저마다 펀드 매니저들을 동원해 "유럽은 끝났다“고 전한다. 정작 유럽인들은 뭐가 끝났는지도 모르고 있다. 사실 유럽의 침몰은 헷지펀드와 미국계 자본이 공격의 주역이다. 2008년도에 그토록 홍역을 치루고도 섀도우뱅킹에 대한 규제를 미적거렸던 댓가를 유럽은 톡톡히 치르고 있다.


거기에 미국 연방은행도 미국내 유럽계 은행에 대한 자본 유출 감독 강화로 은근히 한몫 거들고 있다. 한마디로 유럽은 돈줄이 말리고 있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마샬플랜으로 주었던 것을 다시 거두어 가고 있는 셈이다. 역마샬플랜이다. 미국의 대유럽 기본원칙은 ‘공동정범화’이다. 3년전의 TARP가 얼마나 불가피하고, 정당하며, 올바른 조처였는지 주입하는 것이다.


게다가 유로화의 약세로 달러화의 상대적 가치가 높아지면, 달러로 표시된 원자재 및 상품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미국의 생돈 찍어내기(양적완화)의 그럴듯한 조건이 된다. 미국은 유럽의 고난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내다본다. 달러화 가치 상승, 인플레 우려 약화, 달러 공급확대. 시쳇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 때는, 일석삼조의 효과다.


중국은 으젓하게 훈수를 두었다.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의 유럽 지원에 전세계가 목을 매자, 대국답게 ‘친구론’을 설파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게 친구다. 그러니 유럽은 친구답게 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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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WTO가 설정한 2016년 이전에 유럽이 중국이 완전한 시장 경제 체제임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면서 “몇 년을 앞서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함을 보여주는 것이 친구가 친구에게 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친구 원 총리가 설파하는 것은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매입이나 유럽계 은행들에 대한 자금 공여와 같이 지금 당장 유럽이 절실한 항목들이 아니다. “우리는 여러차례 도움의 손길을 늘리겠다고 표명해 왔으며, 유럽에서의 우리의 투자를 증가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 먼저 ‘집안 정리 좀 하라’ (get house in order). 그리스 내보내고 이탈리아 교육 좀 시키라는 얘기로 들린다. 안팎으로 다 조건을 내건 것이다. 무서운 친구다.


미국에 대해서는 “전세계 투자가들의 이익을 보증”하고 재정과 금융에 있어서의 안정성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뒤집어서 말하면, 미국은 무책임하고 안정성이 없다는 뜻이다. 한 술 더떠서 원자바오 총리는 미국은 유럽과 더불어 수출 제한을 풀고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위해 시장 개방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는 어디가 죽의 장막인지 묘연할 지경이다. 아마도 친구라기 보다는 ‘형님’쪽에 가까운 탓이리라.




이공순 기자 cpe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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