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두 가지 국내 이벤트를 무사히 넘긴 주식시장이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을 맞이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들려오는 뉴스에 시장의 출렁임이 극심한 만큼 오늘 대응은 어렵고 또 중요하다. 때문에 미국시간으로 8일 오후 7시, 한국시간으로 9일 오전 8시 경으로 예정되어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8일 코스피는 전날 보다 13.18포인트(0.72%) 오른 1846.64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선물옵션 동시만기가 겹치는 '이벤트 데이'였지만 충격은 없었다. 기준금리는 시장 예상대로 3.25%로 석 달 째 동결됐고 선물옵션 동시만기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며 마무리됐다. 기관 투자자가 모처럼 대규모 '사자'에 나서며 분위기를 띄웠다. 투신(4360억원), 연기금(1110억원), 증권(530억원)이 매수세를 주도했다. 기관이 IT와 운송장비 대형주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시총 상위주가 상승장을 이끌었다.
간밤 열린 미국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데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한 경제학클럽 강연에서 경기부양책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 실망 매물이 나왔다. 지난 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 보다 2000건 증가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9일 시장 전문가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 발표가 주식시장에 훈풍을 불어 넣을 수는 있지만 그 강도는 세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오바마의 '선 물' 보다 강도가 센 대외 이슈가 시장을 흔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바마 효과에 대한 예측이 엇갈리고 있지만 어쨌든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시장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라며 "한국 뿐 아니라 상당 수 국가들이 정책금리를 동결, 정책적 대응의 공조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1.5% 수준에서 동결했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기준금리를 각각 6.75%, 3%로 동결했다. 캐나다, 폴란드, 일본,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그는 "하지만 여전히 변동성에 대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며 "일간 장중 변동성은 8월 초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위치해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OECD가 주요 경제 대국들이 경기 둔화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점, 국내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 감소가 가시화 되고 있는 점 등도 시장의 발목을 잡을만한 이슈다.
이선엽·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기부양책과 유럽 각국의 정책적 대응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지만 주요 국가들의 변동성 지수가 아직 장기 평균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며 "투자심리의 개선이 제한적이라는 뜻으로 1800대 후반에서는 추가적인 매매 공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추석 연휴에 앞서 주식 비중은 그대로 유지하되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압축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9월 이후 대형주들이 시세를 주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경기 부양책 집행의 수혜가 기대되는 기계 및 철강 등 인프라 투자 수혜주에 대한 분할 매수도 고려해보라고 덧붙였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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