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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권, 안철수에게 배워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0분 56초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무료 컴퓨터 백신을 만들어 배포한 20대 의대교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승부한 국내 벤처 1세대' '넉 달간 25개 도시를 돌며 대중들을 만나는 청춘콘서트'… 안철수가 걸어온 길이다.


그의 리더십 키워드는 전문성과 공공성, 그리고 자기헌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말해 앞으로 정치 지도자는 이같은 콘텐츠가 없으면 생존하기 힘들어졌다. 적어도 최근 1주일간 대중이 보여준 안철수에 대한 열광을 떠올리면 확실히 그렇다. '정치인 안철수'가 거론된 지 1주일 만에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50% 지지율을 차지하더니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그동안 한 번도 깨지지 않던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이같은 상식적인 내용을 정작 정치인들은 모르고 있다. 정치인들은 안 교수를 그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1순위 영입대상'으로만 여겼다. 그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자마자 그의 정체성을 두고 한나라당은 '보수'로, 민주당은 '진보'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았다. 안 교수가 정치권을 들썩이게 만든 동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이회창) "정치권이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인지 검증하겠다"(황우여) "불출마 선언은 정치적 꼼수다"(홍준표)라는 견제구를 날리는 데 급급했다.


안 교수가 어째서 네티즌들로부터 '백통령' '국민멘토'로 불리며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은 뒷전이다. 국민과 숨 쉬며 국민정서에 민감하다는 정치인들이 대중의 정서를 이렇게 모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까 매번 총선과 대선에선 이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변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대중들의 밑바닥 정서는 서서히 움직인다. 그간에 치러진 총선과 대선에서는 언제나 대중의 정서가 이런 식으로 확인되곤 했다.

안 교수가 시도해 히트를 친 전국 순회 청춘콘서트 같은 형식도 기성 정치인들이 하면 흥행에 실패하기 쉽다. 안철수 신드롬을 그저 일회성으로 치부하는 순간, 진정한 정치의 위기가 시작된다. 변화를 자각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언제든 '제2,제3의 안철수'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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