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취임 2년째... 복장 자율.악기교육 지원 등 기업문화 혁신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영창악기 경영지원팀에 근무하는 조한용 사원은 다음 달부터 사내에서 기타 교육을 받는다. 개인 취미 활동이 아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이뤄지는 정식 교육이다. 조씨는 "원하는 직원은 누구나 악기를 배울 수 있게끔 도와주는 제도를 회사가 시행할 예정"이라며 "각자 원하는 취미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만큼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취임 2년째를 맞은 서창환 영창악기 대표가 각종 정책을 통해 사내에 '창의성'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악기업체만의 문화를 구축, 직원 경쟁력을 끌어올려 '제2의 전성기'를 열겠다는 복안이다.
하반기부터 영창악기 본사 및 공장 직원 120여명은 누구나 원하는 악기를 배울 수 있다. 서 대표는 "악기업체 직원이라면 악기 하나쯤은 다뤄야 한다"며 악기교육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기를 익히는 게 창의성 증진에 도움되리란 생각도 깔려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악기를 배우면 창의성을 담당하는 좌뇌가 활성화돼 연관 효과가 있다"며 "다른 업종에선 찾기 힘든 우리만의 문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매주 날을 정해 1~2시간 레슨을 받는 식이다. 피아노, 드럼, 기타는 물론 첼로 등 영창악기가 생산하지 않는 악기도 대상으로 한다. 서 대표는 "없는 악기는 외부에서 구입해 와서라도 교육을 시켜주겠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의 해외 음악 전시회 참가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 다양한 악기업계를 접하고 견문을 쌓을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올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뮤직메쎄' 전시회에는 20여명이,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악기박람회'에는 30여명이 다녀왔다. 전시회 유관부서 직원만 10명 미만으로 참가했던 과거에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2개월 전부터는 '복장 자율제'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55주년을 맞은, 제조업체 특유의 보수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서 대표는 "딱딱한 문화를 탈피해야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며 복장 자율제를 도입했다. 환경을 바꿔야 사람도 변한다는 생각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율복이 익숙치 않은 일부 임원들은 수트 차림을 고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직원들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악기업체만의 색깔내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사내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서 대표가 창의성 문화를 강조하는 건 회사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국내 피아노 시장을 절반 이상 차지하며 1위를 달리던 영창악기는 2000년대 피아노 수요가 급감하며 직격타를 맞았다. 1998년 워크아웃에 이어 2006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됐다. 영창악기 관계자는 "정통 악기업체로서 또 다른 성장을 위해 조금씩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 대표는 198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1999년 현대산업개발을 거쳐 지난해 1월 영창악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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