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인상분으로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하는 수요 늘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사례 1. 직장인 김형우(43세)씨는 전세대란 시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내 집을 마련한 경우다. 김씨가 원래 살던 집은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91㎡)다. 그러나 올 가을 전세 계약기간 완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전셋값을 2년전 가격에 비해 6000만원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1억8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전셋값이 뛰자 김씨는 재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전셋집을 구하러 나섰다.
그러나 이미 분당 일대는 전셋값이 일제히 올라 원하던 가격대의 아파트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이마저도 초여름부터 일찌감치 전셋집 마련에 나선 이들이 한차례 시장을 휩쓸고 지나간 터라 남아있는 매물도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서울에서 몰려온 전세난민도 있다고 들었다.
이에 김씨는 전세금을 올려줄 바에야 차라리 대출을 더 받아서 소형아파트를 사기로 결심했다. 2년 동안 모은 돈을 고스란히 전세금에 쏟아부을 수 없다고 판단한 데다 전셋값 상승세가 언제 끝날지 기약을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을 굳히게 한 계기가 됐다. 발품을 팔다 경기도 용인 수지 지역의 한 아파트(80㎡)를 2억7000만원에 계약했다. 은행대출까지 받았지만 분당에서는 원하는 평형대의 가격을 맞추기가 빠듯해 외곽으로 벗어나게 됐다.
#사례 2. 주부 이영주(52세)씨는 서울 송파구 잠실에 전용 85㎡짜리 아파트를 세 주고 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이 일대 대단지 아파트가 한꺼번에 입주하는 바람에 세입자를 찾는데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당시 2억4000만원 하던 전셋값이 3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1억원 넘게 전셋값이 올랐지만 이마저도 여러 명이 집을 보러왔다.
결국 지난 6월에 3억4000만원에 한 세입자와 계약을 맺었다. 기존에 살던 세입자는 오른 전셋값에 재계약을 포기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씨는 전세 차익으로만 1억원의 여유자금을 남긴 셈이다.
이씨에게는 전세금 인상으로 얻은 돈은 예정에 없던 돈, 즉 '공돈'과 같다. 이 기회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오피스텔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소형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을 알아보러 다니던 중 관악구 봉천동의 전용면적 13㎡의 한 오피스텔을 8700만원에 분양받았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씩 받을 것으로 이씨는 기대하고 있다.
'전세대란' 시대, 주택 거래도 극과 극을 달린다. 한 쪽에선 오른 전셋값에 '울며 겨자먹기'로 주택 구매에 나서는 이들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전셋값 인상분을 가지고 소형주택 임대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전셋값 인상으로 배를 불린 집주인들이 다시 임대사업에 나서는 등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전세를 매매로 돌릴 수 없는 세입자들은 서울을 떠나 수도권 외곽으로 벗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지던 전셋값 상승세는 가을 이사철 대목을 앞두고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진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셋값은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이 0.12%, 신도시가 0.08%, 수도권이 0.06% 상승했다.
김은진 부동산1번지 팀장은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사례가 적잖아 있다. 특히 2억원대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가 많다"라며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는 전세 매물은 없고, 매매가격은 지속적으로 약세다. 전세와 매매가의 차이가 크게 없다 보니 구매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김인만 굿멤버스 대표는 "최근 들어 전셋값을 올려 받은 여유자금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을 알아보는 수요자들이 늘었다"라며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자격완화 및 세제혜택 등의 방안을 내놓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