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일대 뼛속깊은 전세난, 치솟는 값에 중개업소도 울상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 인근 신축 빌라 현장. 외관상으로는 아직 뼈대만 드러났다. 특히 1,2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은 거실과 방 위치에 대한 구분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지난주 3~4층에 자리잡을 4가구 가운데 3가구가 신혼부부에게 전세로 넘어갔다. 인근 G공인 대표는 “물건이 없다보니 준공허가도 나지 않은 공사중인 빌라에 세입자들이 계약금부터 넣고 있다”며 “아파트 물량은 우리도 구경한지 2~3달 넘어섰고 이제 남은건 고지대에 위치한 일반 주택뿐”이라고 설명했다.
강북일대 중개업소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강북 전세난은 이미 2~3달전부터 시작됐다. 강남에 비해 전셋값이 저렴한 탓에 발빠른 수요자들이 미리 움직인 이유에서다. 이렇다보니 강북 아파트 물량은 지난 여름부터 모습을 감췄다. 교통편이 좋지 않은 곳이나 상권과 떨어진 지역에서도 잔여물량 찾기란 쉽지 않다.
종암동에 위치한 선경종암(공급 79~102㎡·238가구)은 전세기간이 끝난 물량이 중개업소에 등록되지 않은 경우다. 지난달 계약이 만료된 물건 5건 가운데 4건은 이미 전 세입자가 재계약했다. 2009년 계약당시 1억2000만원이던 79㎡는 2년새 5000만원이 뛰어 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일대 H공인 관계자는 “재계약자들은 이미 계약 끝나기 5~6개월전부터 물건을 찾으러 곳곳을 돌아다녔던 사람들”이라며 “5000만원 오른값에도 도장을 찍었다는 것은 결국 다른데서도 물건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전세난 현상은 강북 지역 어디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736가구의 신현대와 980가구의 한신아파트 등 대단지가 몰린 회기동 청량고등학교 일대도 여유없기는 마찬가지다. 2달전 거래된 신현대 85㎡는 올초 1억4000만원을 넘어선 이후 줄곧 상승해 이달초 1억6500만원으로 전셋값이 형성됐다. 물론 계약이 가능한 여유물량은 없다. 건너편 한신아파트는 한달만에 1500만원이 오른 경우다. 85㎡의 전셋값은 지난달 1억5500만원에서 이달초 1억7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서울 최북단에 위치한 도봉구 도봉동의 전셋값 상승폭도 눈에 띈다. 편치 않은 교통편에도 3.3㎡당 전셋값은 지난해 8월 486만원에 552만원으로 7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도봉역 인근 동아에코빌(526가구) 112㎡의 전셋값은 9월1일 기준 2억1000만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2000만원, 1년전에 비해 6000만원이 뛰었다.
도봉역 사거리에 위치한 J공인 대표는 “학군수요가 연중 모이는 노원구의 전셋값에 못이겨 상계동쪽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최근 눈에 띈다”며 “집주인들이 ‘너 아니어도 사람은 많다’는 생각에 보증금을 너도나도 올리다보니 세입자들은 갈때없어 속상하고 우리도 거래 맺기 힘들어 어렵다”고 털어놨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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