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쇼크(Shock)였다. 지난 1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번지면서 정치권은 한 순간에 혼돈에 빠졌다.
5일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결과, 서울시장 가상대결에서 안 교수는 39.5%의 지지율을 얻어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13.0%), 한명숙 전 총리(10.9%)를 따돌렸다. 6일 뉴시스-모노리서치 조사에서는 차기 대선 양자대결에서 안 교수가 42.4%의 지지율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40.5%)를 넘어섰다.
정치권에서 뱉어내는 말들도 원색적으로 돌변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안철수 바람'이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거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내공과 상상력 없이 갑자기 뛰어들어서 벼락같은 인기로 (정치를) 할 때는 자기 밑천이 다 드러난다"고 공격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민주정치란 특출한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영웅에 의존하는 정치는 곧 독재이며 권위주의 정치인 반면 민주주의는 제도이며 절차"라면서 "정치적 제도적 기반이 없는 대중적 인기는 신기루"라고 애써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그분(안 교수)도 한나라당 서울시장을 막는 것을 위해 출마를 고민한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범시민 단일후보 선출 틀에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날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사람 모두 한 배를 타야할 동지"라며 안 교수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 교수가 정치인으로서 한 번도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궐선거에 뛰어든다면 정책대안은 물론 도덕성까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정치권의 반응들은 아전인수(我田引水). '안철수 신드롬'에 자기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힐난과 구걸 뿐이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안 교수 불출마에 대한 공식브리핑은 그 정점을 찍었다. 김기현 대변인은 "지난 며칠간 국민을 혼란시켰던 '강남 좌파' 안철수 파동은 결국 좌파 단일화로 막을 내렸다"면서 "정치적 소신이나 정책에 상관없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밀실야합하는 단일화쇼는 구태정치의 뻔한 선거전략이 됐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신선한 충격을 주는 듯 했던 안철수씨의 본색도 알고 보니 자신이 그토록 비난하던 구태·야합 정치인에 다름없다"고 비아냥거렸다.
'안철수 신드롬'은 한나라당·민주당과 같은 기성 정치권이 만들어 '안철수'에게 갖다바친 꼴이다. 국민들은 말한다.
"바보야, 문제는 안철수가 아니라 바로 당신네들이야."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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