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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기업]<상>公기업인가 空기업인가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승미 기자]"주주들이 제소한 이상 식물사장인데,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임기만료를 사흘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김쌍수 전 한국전력 사장의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장. 김 전 사장의 말에선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전기요금 문제를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물러난 김 사장에겐 이 자리가 고별 무대였다.


쓸쓸히 사장직을 내놓았지만 그는 한때 공기업 민영화의 아이콘이었다. LG전자 부회장 시절, 그는 에어콘과 TV 등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려놓으며 LG 백색가전의 화려한 부활을 주도한 '혁신 전도사'였다. 그가 연봉 20억원대의 LG고문을 포기하고 연봉 2억원(성과급 포함)의 한전 사장으로 온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었다.

한전으로 와서도 그의 혁신은 계속됐다. 한전은 김 사장 취임 이후 4조5000억원의 원가절감을 했다. 전기요금 3-4% 인상률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떠나는 CEO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한전은 2008년 이후 내리 3년 적자를 봤다. 3년간의 영업적자 누적액만 6조원이다. 김 전사장 개인적으로는 소액주주들로부터 2조8000억원 규모의 집단소송까지 당했다.


이달안으로 민간 출신의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한전의 새 사장으로 취임한다. 하지만 그 역시 전기요금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기업 사장이 소액주주들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한 초유의 사태를 두고 공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가 새삼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공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정부인가. 주주인가. 더구나 민영화된 공기업이 상장돼 있을 경우엔?


이 질문엔 딱히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쪽이 효율적인지에 대해선 주가가 답을 말해준다. 40만7500원대 2만2500원. 우리나라 국민주 1,2호인 포스코와 한국전력의 2일 종가기준 주당 가격이다. 정부는 지난 1988년과 89년 포스코와 한전을 상장하면서 주당평균 1만3000원에 일반에 매각했다. 두 회사 모두 세계적인 우량기업이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 포스코 주가가 25배 가량 뛸 때 한전은 2배도 뛰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한전이 전기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최종 결정은 언제나 정부의 몫이었고, 정부는 전기요금을 물가라는 변수에 맞춰왔다.그래서 전기요금의 원가보상률은 여전히 90.3% 수준이다. 100원짜리 전기를 만들어 90원 30전에 판다는 얘기다.


민간기업이라면 경영진이 당장 해고됐을 상황이다. "아직도 정부는 공기업을 정부 예산 받아쓰는 '기관'으로 보고 적자가 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김쌍수 전 한전사장)는 항변이 전혀 근거없지 않다는 얘기다.


한전사태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이제 공기업의 '공공성'과 '기업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공기업을 정부 영역과 엄연히 구별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공기업사장 자리를 여전히 정권의 전리품으로 간주한다. 또 공기업 운영은 정권의 입맛에 맞게 공공성만을 강조한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면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새로운 기준을 들이댄다.


이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결국 공기업은 '공공성'도 '기업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형적인 괴물로 전락해버렸다. 정부 출연 297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2009년 말 현재 무려 596조원에 달해 우리나라 전체 GDP의 56%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를 웅변한다. LH공사의 부채는 109조로, 매일 이자만 평균 86억원을 물어야 하는 구조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한전 사태에 대해 "경영진이 경영을 제대로 못해서 적자가 생긴게 아닌데도 누가 주인인지가 모호해지면서 주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공기업이 진정한 민영화가 되려면 경영 효율이 높아지는 방향이어야 하고, 민영화의 목적도 국민 경제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며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의 경영간섭이 지속된 것이 지금의 한전 사태를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이경호 기자 gungho@
김승미 기자 askm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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