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달러 차세대 스텔스급 기종 선정 놓고 경쟁치열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일본에서 세계 전투기 생산업체들이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40대의 전투기를 구매하는 사업에 미국과 유럽의 전투기 생산업체들이 각가 주력 기종을 내세워 뜨거운 판매전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2일 보도에 따르면 40억 달러 이상 규모인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 사업에서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미국의 록히드마틴(LMT)과 보잉, 유럽 합작사인 유로파이터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중 40대의 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해 입찰제안을 받고, 연말까지 기종을 선정할 계획이다.
차세대 전투기 인도는 2016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일본이 1981년 마지막으로 조립한 보잉사의 F-4 팬텀기를 대체한다.
일본 국방성 웹사이트에 따르면 일본은 3월 말 현재 362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6위의 방위비를 지출하고 있는 일본은 러시아와 중국이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개량하고 핵무기를 개발함에 따라 항공방어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601억1000만 위안(미화 약 930억 달러)을 지할 계획이라고 리 자오싱 전국인인민회의 대변인이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일본 국방성은 최근 발간한 백서에서 “중국은 군사력을 급속히 확장하고 현대화하고 있으며, 일본 주변 해역내의 활동이 규모가 커지고,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도입하려는 차세대 전투기는 스텔스 성능을 가진 전투기로 록히드마틴은 F-35를 제안했고, 보잉은 F-18 수퍼호넷을, 유로파이터는 타이푼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지난 4월 110억 달러 규모의 인도의 전투기 선정사업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라팔 제조업체인 프랑스 다소는 일본의 자위대가 군사무기를 미국에 의존해온 터라 이번 기종 경쟁에서도 미국 업체를 위한 허수아비 후보가 될 수 있다며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F-35는 스텔스 성능이 있는데다 레이더 탐지능력이 앞선 게 장점이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뒤진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보잉과 유로파이터는 일본내 생산과 조립하도록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다.
방산컨설팅회사인 런던의 제인스 DS 포캐스트의 크레이그 캐프리(Craig Cafrrey)는 “F-35 조인트 스트라이크는 탐지가 어렵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보잉의 F-18이나 유로파이터의 타이푼보다 낫다”면서 “전투용과 정찰용 스텔스 전투기 구매를 원하는 일본에 칼날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텔스 능력은 일본인들에게는 관심의 초점”이라면서 “이는 F-35가 경쟁기종에 대해 갖는 핵심 이점”이라고 평가했다.
록히드마틴의 불리한 점은 F-35 개발단계가 2016년까지 4년 연장됐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3월11일 대지진과 쓰나미로 18대의 F-2전투기가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좀 더 빨리 전투기를 납품받기를 원할 수도 있다고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소재 컨설팅 회사인 틸그룹의 리차드 아불라피아가 지적했다.
그는 “F-35는 일본에서 리더이긴 하지만 크게 주의할 점이 있다”면서 “쓰나미는 조기구매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는 보잉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지 스탠드리지 록히드마틴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은 지난 6월 “록히드는 2016년 납품기한을 맞출 것”이라고 밝혀놓았다.
록히드마틴이 불리한 점은 또 있다. 미국 정부는 당초 2440대 이상을 주문하기로 했으나 재정적자 감축 차원에서 F-35 주문대수를 줄일 수도 있다.이렇게 되면 대당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보브 스티븐스 록히드 마틴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7월26일 컨퍼런스콜에서 “미 국방부 사상 최대 조달계획인 총 38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에 수정이 가해지만 F-35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반면, 보잉은 1999년부터 배치된 수퍼 호넷을 고정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 F-18을 팔기 위해 6년간 일한 필립 밀스 이사는 특정 가격을 밝히지 않은채 “우리가 가격을 제시하면 그게 그들이 지불할 가격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은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보잉은 지난해 미국에 대당 4990만 달러(한화 약 531억 원)에 F-18 수포호넷을 판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2000년의 6800만 달러보다(약 722억 원)는 크게 낮은 것이다.
영국과 이탈리아,네덜란드와 터키도 주문한 F-35는 미국 연방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현재 가격으로 대당 1억3300만 달러(한화 약1441억원)나 돼 가격면에서는 수퍼호넷과는 비교가 안된다.
타이푼은 유로파이터측에 따르면 대당 5900만 유로(미화 약 8400만 달러.약 892억 원) 수준이다.
유로파이터의 이점은 일본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런던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군우주항공산업 담당 선임 펠로우인 더글라스 배리는 “타이푼과 보잉 전투기는 F-35보다 더 많이 하청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서 “이는 일본 기업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투기를 라이선스받아 해당국에서 생산,조립할 수 있다”면서 “F-35는 아웃소싱을 염두에 두지 않은 만큼 산업계 참여는 F-35에는 더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미츠비시중공업은 보잉의 F-4와 F-15를 생산했으며, 후지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도 F-2생산을 위해 록히드측과 협력하기도 했다.
밀스는 아웃소싱과 관련, “보잉제 전투기 생산업무의 최대 80%까지를 현지 업체들에게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파이터는 조립작업을 넘기고, 보안문제로 해외방산계약에서 제한하던 첨단 부품을 생산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파이터 참여사이자 일본에서 유로파이터 판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영국 BAE시스템의 앤디 레이덤 부사장은 “타이푼에는 ‘블랙박스’란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은 전투기의 모둔 요소를 생산,수정,업그레이드,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록히드도 물론 일본 기업의 참여를 허용할 계획이다. 스탠드리지는 지난 6월 자세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록히드도 일본 기업들이 제트기 조립을 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군사 안보 저술가인 오카베 이사쿠씨는 “스텔스 성능을 가진 F-35는 계약을 딸 수 있다”면서 “자위대는 F-35를 주목하고 있고 기다릴 수 있다면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